블랙호크 창정비 30년, 성능개량 유일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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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약 1조원이 투입되는 기동헬기 '블랙호크'(UH-60) 성능개량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이유 역시 국내에서 블랙호크 면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방산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을 수주하게 되면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은 규모와 실적 면에서 한 단계 도약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블랙호크에 대해 1991년 처음 창정비를 수주한 이후 130대가 넘는 기체를 전력화한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체에 대한 최상위 개념의 정비인 창정비에만 30년 넘는 시간을 들였다.
이번 성능개량사업은 오래된 기체를 새것처럼 유지하고 보수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대한항공은 원제작사도 확보할 수 없는 30년 이상의 창정비 데이터를 통해 헬기의 탄생부터 퇴역까지 모든 순간을 책임지겠다는 점을 앞세우는 중이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국군의 블래호크는 1990년 최초 생산 이후 30년 이상 운용 중이며 대한항공은 1991년부터 창정비, 1994년부터 성능개량 사업을 수행한 유일한 업체다. 대한항공이 수행한 성능개량 업무는 통신, 항법, 무장 개량 및 기체·개선·배관 개조, 기능·성능 시험이며, 완전 분해 및 검사 등을 수행하는 창정비 업무도 진행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블랙호크에 대해 성능개발은 물론 창정비까지 진행한 덕에 해당 기종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의 헬기 정비 및 성능개량 분야는 이미 미군에서도 입증받았다. 태평양 전역 미군 항공기를 3700여 대를 정비했고, 우리 군용기까지 포함해 총 5500여 대를 정비한 이력이 있다.
창정비는 단순한 유지 보수가 아니다. 부품 하나하나를 완전히 분해해 수리한 뒤 출고 때와 동일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재조립하는 개념이다. 이번 UH-60 성능개량은 헬기 성능을 유지하는 동시에 개량까지 해야 한다. 주기적인 창정비를 수행하면서 성능개량도 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이 분리해서 이뤄지면 군 전력에 불가피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작업을 복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대한항공이 역량이나 효율 면에서 가장 적절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입찰에는 UH-60 원제작사 미국 시콜스키가 포함된 컨소시엄도 참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보유한 UH-60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 업체에 막대한 기술료를 지불하는 게 아니라 국내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과 데이터를 향상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원제작사인 시콜스키의 지원 없이 분야별 전문업체가 독자적으로 UH-60 성능개량을 수행해 온 사례가 있다. 시콜스키의 본진인 미국에서조차 군 MH-60L 성능개량 사업을 미 항전 전문업체 콜린스에어로스페이스에 맡겼으며, 지난달 미군의 UH-60M 성능개량 사업도 수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