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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오 박사의 세상 읽기] 국민의 도덕적 책임과 ‘선거’민주주의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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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4. 20. 17:33

손대오
손대오 (전 세계일보 편집인 주필·회장)
현대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단순한 정권교체의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이 자신의 가치와 도덕적 신념을 투사하는 장이며, 공동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윤리적 행위다. 그러나 2025년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 이른바 6·3 보궐선거는 거대한 탄핵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치러지는, 이념과 정파로 감정의 골이 깊이 패여, 좌우 진영이 생사를 거는 국론 분열의 싸움판이 되고 있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2017년 5월 9일에 실시된 19대 대선과 판박이로 닮은 선거판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로 드러난 통계조작에 얽힌 사실들(facts)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보궐선거로 집권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정부 5년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뻔지르르한 취임사는 완전한 사기 행각임이 다 드러나고 있다. 그들의 통계조작 실태를 제대로 알고 나면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을 지경이다. 국정과 민생의 기본인 집값과 가계소득 통계를 일시적 실수가 아니고 3년 10개월간 102차례나 계속하여 수치를 조작하고 국민을 속였다. 이러니 외교, 안보, 대북관계 등에서 대한민국의 안전과 국격의 위상 추락은 말할 것도 없고, 나라의 채무가 75년간 누적액 600조원이었던 것이 문재인 집권 단 5년 만에 400조원 더 늘어나 임기 말에는 1000조원을 넘겨 뒤이은 윤석열 정부에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고 먹튀 했다.

미래 세대에게 큰 죄를 지은 것이다. 정권의 무능도 용서할 수 없거늘, 통계수치를 조작하도록 문재인 청와대가 지속적으로 주도하고 주변 공직자들을 협박한 것은 처음부터 의도적 사기성을 가진 '촛불' 운동권 정부였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사악한 정권도 집권 과정의 선거 기간 동안 온갖 거짓과 선동, 달콤한 요설로 유권자들을 유혹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번 감사결과를 본 당시 촛불을 들고 문재인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들의 심경은 요즘 어떠하신지 묻고 싶다. 투표율 77.23%, 문재인 41.08%, 홍준표 24.03%, 안철수 21.41%, 홍준표와 안철수 두 보수 후보의 분열이 패인이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자기 권력욕이 아닌, 진정으로 국리민복을 위한 애국심에 불타는 도덕적 자질과 능력을 겸비한 지도자를 선거 과정에서 선별해 냄으로써 축복받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비는 마음에서다. 필자의 이런 마음과 닿아있는 올바른 선택의 기준은 무엇일까. 눈에 띄는 한 석학의 혜안을 인용하고자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요 철학자인 윌리엄 제임스(1842~1910, 하버드대)는 100여 년 전, 민주주의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남겼다. 그는 말한다.

"국가는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이 아니라, 국민의 품성으로 축복받는다. 축복받는 나라의 국민 품성은 합리적으로 말하고, 쓰고, 투표하며, 부패를 신속하게 처벌하고, 당파 간에 온건한 태도를 유지하며, 진정한 인물을 알아보고 그런 사람을 광적 분파주의자나 허황한 사기꾼을 물리친 지도자로 선택함으로써 국가를 구원한다."

이는 국민의 도덕적 책임과 합리적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의 철학을 잘 보여준 '선거'민주주의에 관한 명언이다.

제임스는 프래그머티즘 철학의 대표자로, '행위의 결과'와 '도덕적 실천'을 진리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국가의 도덕성과 민주주의의 유지자라고 보며 그의 이런 정신은 오늘날 민주사회에서 참여, 책임, 행동이라는 키워드로 살아 있다. 그는 민주주의가 단순히 제도적 구조가 아니라, "이성적으로 말하고, 쓰고, 투표하는 시민들"의 도덕적 참여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정치 무관심과 방치는 민주주의가 타락하는 길이다.

그에게 진정한 국민정신은 다음과 같은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 지도자의 진정성과 도덕성을 알아볼 수 있는 판단력. 둘째, 허위와 부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고발하는 용기. 셋째, 서로 다른 당파 간에도 선의와 관용을 유지하려는 태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1910년 '전쟁의 도덕적 등가물'에서 "전쟁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영웅적이고 고양된 감정을 '평화로운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는 '도덕적 등가물'을 사회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갈파했다. 제임스는 그 대안으로 '보편적 국민 참여와 봉사, 헌신'을 제안하며, 이를 통해 국민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고, 개인의 이익을 넘어선 공공의 선을 추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런 실천적 의지를 가진 국민이 많아야 축복받는 국가가 된다는 의미다.

6·3 보궐 대선을 앞에 놓고 뜨겁게 불붙고 있는 사전 투표 부정선거 방지 이슈도 국민의 이런 '뜨거운 참여와 감시'가 '전쟁의 도덕적 등가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임스의 기준에 따르면, 이처럼 '진실한 사람'을 선택하기보다는 '자기의 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기꾼' 후보를 지지하는 행위는 국가를 저주하는 행위다. '선거' 민주주의의 함정이다. 그는 말한다. "광신적 분파주의자와 사기꾼이 아니라, 진실한 사람을 선출할 줄 아는 국민이야말로 축복된 국가의 근본이다." 미래 세대에게 인성과 품성의 사표(師表)가 될 인물이 아닌 패륜아나 사기꾼을 뽑는 인위적 국가 재난을 자초하지는 말아야 축복된 국가란 뜻이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이야말로 만고불변 진정한 애국이 아니겠는가.

윌리엄 제임스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투표는 단지 정당과 패거리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진실한 지도자를 선택하기 위한 것인가?" 그의 질문은 단지 한 선거에 대한 평가를 넘어, 한국 민주주의 전체에 던지는 물음이다. /손대오(전 세계일보 편집인·주필·회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손대오 전 세계일보 편집인 주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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