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시장 확대에 통상 감각 기대
김영기 사장, 개발·생산 두루 거친 베테랑
중저압차단기 미래 캐시카우로 성장계획
|
조 부회장은 HD현대그룹에서 첫 번째 외부 영입 CEO라는 타이틀 보유자다. 산업부와 지식경제부,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쌓은 정무 감각은 HD현대일렉트릭이 최근 5년 간 앞자리를 바꿔가며 매출을 성장시키고 영업이익을 9배 키우는 데 작용했다. 바통은 정통 'HD현대맨'인 김영기 사장이 받았다. 199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최근 10년은 전력기기 부문 임원으로만 재직한 전력기기 전문가다.
HD현대일렉트릭은 조석 부회장이 경영 전반을 챙기며 부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김영기 대표가 향후 전력기기 사업의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해 배전기기 및 회전기 사업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운영된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조석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지낸 2020~2024년 HD현대일렉트릭의 매출은 83.4%, 영업이익은 무려 820.2%나 증가했다.
실적이 크게 상승한 데에는 수출의 영향이 컸다. 2020년 수출액은 9316억원으로 매출에서 절반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수출액은 2조3689억원으로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앞으로도 조 부회장은 에너지, 산업정책, 통상 분야를 두루 거친 전문가로서의 통상 식견과 정보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일렉트릭이 유럽 풍력 시장에 첫 진출한 시기도 조 부회장의 대표 재임 시절인 2023년이다.
김영기 사장은 전력기기 연구소를 시작으로 제품개발, 영업, 생산을 포함해 전력기기부문장 겸 R&D 부문장, 전력사업본부장까지 역임한 이 분야 베테랑이다. 김 사장은 국제 시장에서 HD현대일렉트릭의 제품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술 및 시설 투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의 감각은 중저압차단기로 향했다. 향후 배전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보고 김 사장은 미래 캐시카우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오는 10월까지 청주 중저압차단기 신공장 건설을 마치고 양산 판매 체제를 구축한다.
김 사장이 지난해 실적 발표와 함께 4000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부분에도 미국이 포함돼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사업장 내 기존 부지를 활용한 생산공장 신축 미 미국 알라바마 법인 내 제2공장을 건립해 765kV급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알렸다. 765kV는 현재 미국에서 취급하는 최대 전압의 사양이다. 투자액은 총 3968억원으로 투자 효과가 나오는 2028년부터는 연간 최대 3000억원의 매출 증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최대 시장은 북미다. 지난해 기준 북미 시장에서 발생한 매출만 약 1조원으로 전체 연간 매출의 약 30%를 차지한다. 앞으로도 북미 시장은 노후화한 전력 인프라 교체와 데이터센터 연결을 위한 신규 전력망 구축이 겹쳐 전력기기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유럽도 2050년까지 넷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어 대형 해상풍력 발전 및 친환경 전력기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중동도 2030 엑스포 등 대형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어 인프라 친환경에너지 프로젝트 등 대규모 발주가 기대되는 지역이다.
현지에서도 보다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달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북미 최대 규모 송배전 전시회 '디스트리뷰테크'에는 HD현대일렉트릭이 국내 전력기기 중에서는 처음으로 참가했다. 북미 뿐 아니라 친환경 제품의 기술 고도화와 제품군 다변화에도 집중해 유럽을 제2의 주력 시장으로 육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수주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38억2200만달러, 매출은 17% 증가한 3조8918억원으로 계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