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효도' 글 본 사람들, 가게 '돈쭐' 이어져
전문가들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 해소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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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서 4년째 청소업체를 운영 중인 김화순씨(59)의 휴대전화는 최근 2주 사이 '문의 알림'으로 쉴 새 없이 울렸다. 폐업까지 고민했던 김씨에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씨의 딸이 쓴 게시글 1건이 그 시작이었다.
김씨의 딸은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 청소업체 명함 사진과 함께 "부모님께서 플랫폼에 이리저리 치여서 (가게가) 망했다고 울었다"며 "우리 엄마 예민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해서 독성 있는 약품도 사용하지도 않는다"고 썼다.
이 글이 올라온 이후 김씨 가게엔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문의가 쏟아졌다. 김씨는 사람들의 따뜻한 '돈쭐'(돈으로 혼쭐 내주자)에 폐업 걱정을 잊고 매일 새벽 일터로 향하고 있다.
고물가 등 경기 불황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 부모님을 돕기 위한 자녀들의 SNS '랜선 효도'가 확산하고 있다. 음식점, 카페, 숙박, 악세서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자녀들이 직접 가게 홍보에 나서면서 최근엔 '부모님 가게 살리기' 릴레이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엑스에는 김씨의 딸이 올린 글과 같이 자녀들의 '부모님 가게 살리기' 릴레이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릴레이는 지난달 22일부터 엑스를 중심으로 확대됐으며, 릴레이 글을 모아 만든 '트위터에서 보고 왔어요'라는 온라인 지도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홍보글을 보고 실제 음식점에 방문한 사람들은 "맛도 좋고 사장님도 친절하시다" "또 방문할 것이다" 등의 후기로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역구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하기도 했다.
12년째 경기도 수원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A씨도 딸의 '랜선 효도' 덕을 보고 있다. A씨는 최근 물가가 오르며 경기 침체가 심각해지자 가게를 내놓은 상태였다. A씨는 "매출이 오르는 것도 한 때겠지만 이번 일로 참 마음이 좋아지고 우리 애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국내외 불확실성이 시급히 해소돼야 결국 소비가 일어난다"며 "국회가 추가경정예산 논의를 신속히 마무리해 현재 불안한 정국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