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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검찰이 항소심 선고 불과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제출하였고, 항소심도 이례적으로 다음 날 재판기록을 대법원에 송부하였다. 검찰은 곧바로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였고,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2부에 배당하며 주심을 박영재 대법관으로 결정했고, 조희대 대법원장은 당일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회부했다.
전원합의체는 ①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②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③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회부되는데, 이재명 사건은 그중 세 번째 사유로 전원합의체로 회부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을 한 날 오후 1차 심리를 했고, 이틀 후인 24일에 2차 심리도 마쳤는데,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이 간단명료하여 대법관의 의견이 각자 정리되었으므로 이제 선고일자를 정하는 것만 남았다.
이처럼 대법원이 매우 이례적으로 빛의 속도로 이재명 사건을 진행하고 있어 일부 전문가는 대통령 선거 후보등록 이전에 판결 선고를 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내놓고 있는데, 이는 대선 전에 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장의 의중이 강하게 실린 것이라는 후문이다.
이 사건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대법원에서 파기자판할 수 있고, 대선 후보등록 전에 대법원에서 결정을 통해 이재명의 피선거권에 대한 논란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민주당을 위해서라도 대선 후보 등록 전에 대법원이 파기자판 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박지원 의원처럼 후보등록 이전에 대법원에서 기각 결정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도 이재명이 사법리스크로부터 벗어나 편안한 마음으로 대선에 임할 수 있다면 오히려 신속한 선고를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뜻밖에도 이재명과 추종자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법원의 신속한 진행에 대해 "법리적 측면보다는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결정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들은 대법원이 신속하게 파기자판하면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하여 이재명의 피선거권을 박탈되는 것을 어떻게든지 막으려고 한다. 그래서 혹시라도 대법원이 유죄라고 판단해도 파기자판하지 않고 항소심으로 파기환송하게 만들어 대선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한다면 이 후보의 대권 가도에 부담이 커질 것이지만, 형사소송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이 인정되고,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법적으로 피선거권에 문제가 없으며, 지금 여론조사 분위기가 좋고 대안도 없다고 주장하며 대선 출마를 밀어붙일 것이다.
그리고 판결 확정되기 전에 이재명을 대통령에 당선시키고, 비록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사건이 있지만 헌법 제84조의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근거로 파기환송된 사건뿐만 아니라 재판진행 중인 5개의 재판 모두 대통령 임기 중 정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하면, 이재명은 더 이상의 사법리스크 없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범위에 재판이 포함된다는 취지의 판단도 함께 하면서 대선 때까지 파기환송된 사건에 대한 재판을 정지하라는 취지의 결정도 함께 하도록 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84조에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소추"란 형사 사건에 공소를 제기하는 것을 의미하며, 소추와 심판(재판)은 분리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불소추특권에 재판이 포함되는지 여부는 이재명 형사사건에서 다루어진 구체적인 쟁점도 아니므로 대법원이 이재명 사건에 대해 결정하며 불소추특권의 범위에 대한 의견을 정하는 것은 한마디로 월권이다.
누군가 대통령이 되고자 애쓰는 것은 자유·민주 대한민국의 국민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하지만 본인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헌법과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남용하는 것은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인정될 수 없다.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에게 피선거권이 있는지 여부는 정치적인 영역에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법적인 영역에서 판단할 일이다.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유력 후보의 피선거권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정치적인 고려 없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형사소송법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은 대법원이 추가적인 증거조사 없이 파기자판을 할 수 있는 사건이다. 삼권분립의 원리하에서 대법원이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을 정하는 대선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추상같은 엄정함으로 신속하게 결정하는 유일한 해법이 파기자판이고, 그래야 비로소 법원이 헌법재판소와 달리 국민들이 신뢰받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음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대법원에 희망을 건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대법원의 손에 달렸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정준길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 解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