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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으로 인해 사회갈등 구조가 더욱 증폭되어 온 데다 갈수록 치닫는 양극화로 서민 주거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악해지고 있으며 수도권과 지방 갈등의 원흉이 주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야 모두가 공히 향후 주거복지정책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게 마땅하다. 그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행정수도 세종을 향한 구애 정도로 그칠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주택시장은 민관의 협력으로 짧은 기간에 크게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우선 양적으로 보면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해도 72% 수준에 머물던 주택보급률이 현재 102.5% 수준으로 증가한 데 이어 공공임대주택만 해도 무려 192만 가구로 총주택 수의 8.4% 수준에 달해 저소득층 주거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질적으로도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가 지난 2000년 23% 수준에 이르렀으나 2023년 기준 3.6% 수준으로 크게 낮아져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주택시장을 둘러싼 환경과 수요, 여건이 급격히 변화, 새로운 정책과제의 등장이 시급하다. 예컨대 우리 사회의 일차적 해결과제인 저출산 문제로 인해 인구와 가구 증가율이 크게 둔화하고 1차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로 주택수요가 감소하는 커다란 환경변화를 맞고 있다. 또 과거에는 가구당 3~4명의 가구원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현재는 1~2인 가구가 전체의 64.3%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1인 가구가 35.5%로 지속 증가하는 추세여서 대형주택보다 중소형 주택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아울러 초고령사회의 진입이라는 시대적 변화를 맞으면서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 역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인구의 20%를 넘어섰고 이는 갈수록 증가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이에 따라 노인 주거시설이나 독거노인 문제가 심각해져 대비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 Price to Income Ratio)이 높아져 내 집 마련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점도 난제다.
특히 서울은 무려 소득 대비 무려 13배, 수도권도 8.5배 수준에 달해 청년, 신혼부부는 물론 중산층의 내 집 마련이 갈수록 힘든 처지다. 주택가격과 함께 전·월세도 가파르게 상승, 임차 가구의 어려움도 가중되는 처지다. 특히 임차 가구 중 월세 비율이 대폭 증가해서 지난해 말 기준 무려 57%에 이르고 있다. 이들의 주거비 부담 과중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더구나 거주 공간 외에 돌봄 등 주거 서비스 지원, 스마트화하는 환경 속에서의 주거시설 확충도 새로운 정책변화의 요인이라 할 수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저출산 극복 등을 위해서는 자가주택이나 지역 시설 등을 통한 서비스의 제공이 필수조건이며 각종 온라인, 인터넷, 스마트환경과 주거생활 서비스를 연결하는 첨단 AI 및 IT 시설 지원방안 역시 절실하다.
우리의 국민 주거권 보장은 지난 2016년 시행에 들어간 주거기본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또 이를 실행하기 위해 주거비 부담을 비롯해 취약계층 주거수준 향상, 임대주택 제공, 쾌적하고 안전한 주택관리, 노후 주택개량 등 다양한 세부 지침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UN 인권 조약이나 현행 법률의 취지에 따라 국민의 주거권을 적극 보장하고 있지 못한 게 사실이다. 국민 모두가 부담 가능한 주거비 수준으로 적절한 입지에서 경제적, 신체적 특성이 배려된 양질의 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되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이렇게 본다면 차기 정부는 단순히 부동산 가격 안정 수준을 넘어 다가오는 다양한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주거정책 수립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포퓰리즘식으로 주택공급량을 설정하고 단순히 목표 달성 홍보에 치중하는 주택정책, 오직 가격 안정에만 비중을 둔 근시안적 시장접근 정책이 아니라 국민 주거비 부담 완화를 비롯해 수요 맞춤형 주택공급과 주택시장 안정, 그리고 주거생활의 품격 향상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거권 보장을 위한 새로운 주거정책이 수립되어야 마땅하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