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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위니 바이슈노 정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내각 정무위원회가 차기 인구조사에 카스트 항목을 포함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정부가 사회와 국가의 가치와 이익에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치"라고 밝혔다.
차기 인구조사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인도는 당초 2021년 인구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미트 샤 인도 내무장관은 이번 결정을 "역사적인 조치"라 평가하며 "경제적·사회적으로 소외된 모든 계층에게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 밝혔다.
힌두교 기반의 사회 계층제도인 '카스트'는 인도 사회에서 여전히 개인의 사회적 지위와 삶의 수준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상위 카스트는 전통적으로 문화적 특권을 누려왔고 하위 카스트는 구조적인 차별에 시달려왔다. 상위 카스트와 하위 카스트 간에는 여전히 뿌리 깊은 사회적 격차가 존재한다. 현재 인도 14억 인구 중 3분의 2 이상이 하위 카스트에 속한 것으로 추산된다.
인도에서 공식 인구조사에 카스트 정보가 포함된 것은 영국 식민통치시기였던 1931년이 마지막이었다. 1947년 독립 이후부터 현재까지 역대 인도 정부들은 행정적 어려움과 사회 불안 등을 이유로 카스트 조사를 다시 시행하지 않았다. 지난 2011년에는 인구 총조사와 별개로 카스트 조사가 이뤄졌지만 결과가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공식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끌고 있는 집권당인 인도인민당(BJP)는 과거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카스트 조사를 반대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엔 정 반대의 결정을 내린 셈이다. 카스트 조사를 지지하는 이들은 "인도의 복지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카스트 정보가 포함된 정확한 인구통계가 필수적"이라 주장하고 있다. 인도는 현재 대학 입학과 공공부문 일자리의 약 절반을 사회적 약자 계층에 할당하고 있다.
야당 지도자인 라훌 간디 국민회의당 총재도 이번 결정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는 "카스트 정보가 포함된 인구 조사를 새로운 개발 패러다임으로 보고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이 패러다임을 밀어붙이겠다"고 밝혔다.
3연임으로 인도를 이끌고 있는 모디 총리도 과거 자신이 하층 카스트에 속한다며 "출생 신분과 무관하게 국민 모두의 생활 수준을 높이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모디 총리는 "가난한 사람들·청년·여성·농민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네 가지 주요 '카스트'"라고 말하기도 했다.
약 3000년 전부터 시작된 인도의 신분제도인 카스트는 인도의 힌두교도들을 브라만(성직자)·크샤트리아(무사)·바이샤(농민·상인)·수드라(노동자) 등 4개 계급으로 나누고 있다. 인도는 헌법을 통해 카스트에 따른 차별을 금지했지만 직업과 결혼 등에서 여전히 차별이 존재한다. 특히 4개 계급에 속하지 못하는 불가촉천민들은 차별과 배제의 문제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