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는 ‘사회에 대한 분노’… 피해자는 ‘이유 없는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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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지난달 27일 상해와 업무방해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 25일 오전 7시께 경기 수원역 인근 거리에서 60대 여성의 얼굴 등을 폭행하고 이를 말리려던 시민 2명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당시 아침까지 술을 마신 뒤 서울에서 수원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난동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도 10대 청소년이 서울 광진구의 한 골목길에서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 학생은 쓰러진 피해자를 계속 때리는가 하면, 도망치던 피해자를 쫓아가 넘어뜨린 뒤 발로 차는 등 10분간 폭행을 이어갔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사회에 불만이 많아 아무나 때리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이유 없는 공격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은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서울 신림동과 성남 분당구 서현역에서 발생한 연쇄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정부가 공공장소 흉기소지죄 및 공중협박죄를 신설하고 처벌을 강화했지만,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예고 없는 위협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직장을 다닌고 있는 회사원인 B씨(34)는 "요즘은 퇴근길에 이어폰도 잘 안 끼고 다닌다"며 "예전엔 늦은 밤이 걱정이었는데, 이젠 한낮에도 불안해서 주변을 계속 살피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인 C씨(28·여)도 "친구들끼리 단체 채팅방에서 '조심해라'는 말이 늘 기본 인사처럼 돼버렸다"며 "묻지마 폭행이든, 흉기난동이든 피해자는 아무 이유 없이 다치고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는데, 가해자는 심신미약 같은 이유로 감형받는 걸 보면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법을 강화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영선 경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는 테러와 유사할 만큼 예측 불가능성과 공포감이 크기 때문에, 단순 처벌 강화만으로는 예방 효과가 부족하다"며 "고립된 개인, 분노 누적, 정신건강 위기 등 사회적 배경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선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