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학번 동시수강 '트리플링' 위기
우선순위 밀린 학생 제적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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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거부 중인 24학번, 25학번과 함께 내년 신입생인 26학번까지 총 1만여명의 1학년 학생들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 현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2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전날까지 의대생 수업 복귀율이 30%에 미치지 못하면서 전체 의대생의 약 70%가 유급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각 의과대학에 유급 절차 진행을 지시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당국은 오는 7일까지 각 대학으로부터 미복귀 의대생에 대한 유급 기준일, 대상자 수, 유급 확정 통보 인원 등을 담은 상세 자료를 제출받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확한 유급 규모는 9일 이후에 공식 확인될 전망이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교육부는 최근 긴급 협의에서 미복귀 학생들에 대한 학칙 적용을 재확인했다. 교육부는 현재 추가적인 학사 유연화 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원칙에 따라 학사를 운영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의 전체 재학생 약 1만9760명 중 1만명 이상이 유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과대학은 특성상 수업일수의 4분의 1 이상을 무단결석할 경우 F학점을 받고 유급 처리되는 규정이 있다.
대규모 유급이 현실화됨에 따라 내년 의대 예과 1학년 과정에서는 24학번, 25학번, 26학번 약 1만여 명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 현상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의학교육 현장에 전례 없는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학교육 전문가들은 이러한 트리플링 현상으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의대 교수는 "동일 학년에 3개 학번이 혼재하는 상황은 교육 인프라와 임상 실습 기회의 제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실습 중심의 의학교육 특성상 교육 효과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의과대학은 이미 내년도 트리플링에 대비한 학칙 개정에 착수했다. 여러 대학에서는 26학번 신입생들에게 수강 신청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 경우 24학번과 25학번 학생들은 수강 우선순위에서 밀려 과정 이수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며, 유급이 누적될 경우 제적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의료계 안팎에선 이번 사태가 단순한 학사 문제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의료 인력 수급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는 "의대생 집단 유급은 단기적인 의학교육 혼란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국내 의사 인력 수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지역 의료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의료계 간 실질적 대화 채널 구축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