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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명이 한 방에서 자도…내 숨소리 ‘꼭’ 집어 AI 수면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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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영 의학전문기자

승인 : 2025. 05. 08. 10:26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 '수면다원검사' 수준 정확도 입증
[사진]분리수면다원검사도식도
분리수면다원검사 도식도 /에이슬립
두 명 이상이 함께 자는 현실적인 환경에서도 스마트폰 마이크만으로 각 개인의 '숨소리'를 정확하게 분리·분석해 수면 상태를 정밀 진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을 통해 입증됐다. 장비착용으로 불편한데다 고비용으로 부담스러운 수면다원검사(PSG) 수준의 정확도가 확인돼 스마트폰만으로 수면다원검사 수준의 정밀한 개인별 수면 분석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8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윤인영 정신건강의학과·김정훈 이비인후과 교수 연구팀은 홍준기 에이슬립 CTO 연구팀과 공동으로 '여럿이 함께 수면하는 환경에서도 각 개인의 숨소리를 분리해 개인별 수면 단계를 정확히 구분'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의 성능을 검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수면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Sleep Medicine'에 게재됐다. 또 2024년 유럽수면학회(ESRS)에서 우수 초록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질과 구조를 정밀하게 평가하는 표준검사다. 하지만 다량의 센서를 부착해야하는 불편함이나 높은 비용은 일상적인 반복 측정을 어렵게 하는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 때문에 웨어러블 기기와 수면 측정 애플리케이션이 주목 받고 있지만, 수면다원검사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정확도가 문제였다.

기존 수면 분석 기술 대부분은 혼자 수면하는 환경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실제처럼 두 명 이상 수면하는 경우에는 숨소리, 뒤척임, 코골이 등 타인의 소음으로 인해 개인별 수면 상태를 정확하게 분석하기는 어려웠다.

사진
왼쪽부터 윤인영 교수 김정훈 교수
교수 연구팀은 숨소리만으로 수면 단계(깨어있음·렘(REM) 수면·얕은 수면·깊은 수면)를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 공동 수면 상황에서도 개인마다의 수면 단계를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교수 연구팀은 성인 44쌍(88명)이 한 침대에서 동시에 취침하도록 하고, 각자 베개 옆에 스마트폰을 배치해 숨소리를 녹음하고 동시에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했다. 이후 녹음된 숨소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이 예측한 개인별 수면 단계를 수면다원검사 결과와 비교 분석해 모델 예측 정확도를 평가한 결과, 수면다원검사 수준의 정확도를 확인했다.

AI 모델은 수면다원검사와 비교해 4단계 수면 분류에서 Macro F1 점수 0.63, 2단계 분류(깨어있음/수면)에서는 0.77을 기록하며 높은 예측 정확도를 보였다. Macro F1 점수는 다양한 수면 단계를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예측 성능이 높다는 뜻이다. 이는 기존 웨어러블 수면 측정기기의 성능(4단계 기준 Macro F1 점수 0.49)보다 약 29% 높은 수준이라는 게 교수 연구팀의 설명이다.

윤인영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여럿이 수면하는 현실적인 환경에서 스마트폰 마이크만으로도 수면다원검사 수준의 정밀한 수면 분석이 가능함을 입증한 최초의 연구"라며 "별도의 웨어러블 기기 없이 수면을 모니터링 하는 인공지능 기술로서, 수면 건강관리의 접근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이비인후과 교수는 "기존 연구가 주로 1인 수면 환경에 국한됐다면 이번 연구는 공동 수면 환경에서도 수면 분석 AI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공동 수면 환경에서의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진단을 위한 후속 연구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알고리즘은 식품의약품안전처 2등급 수면무호흡증 선별 의료기기인 앱노트랙을 비롯해 SKT 에이닷, 삼성생명 더헬스, 경동나비엔, 세라젬 등 주요 파트너사의 B2B 제품 및 소비자용 수면 관리 솔루션에 탑재돼 상용화 됐다. 이동헌 에이슬립 대표는 "앞으로도 가정과 병원, 스마트홈 및 모빌리티를 아우르는 글로벌 수면 AI 플랫폼으로의 성장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시영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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