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섭 대표, 해외법인 1400% 상승
리테일 사업서도 허선호 대표 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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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리스크로 발목이 잡혔던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반전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그 동안 공들였던 글로벌 영역에서 큰 성과를 내면서 순익이 50% 넘게 증가한 것이다. 미국·홍콩 등 해외법인에서 1400%에 가까운 성장을 시현하면서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김미섭 대표의 해외 성장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허선호 대표가 책임지고 있는 리테일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과 연금 잔고 확대로 위탁매매·자산관리(WM) 부문에서 모두 10% 이상 성장했다. 트레이딩 부문 역시 해외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이익이 나오면서 900억원 손익을 거뒀다. 이 같은 성과가 시장에도 반영돼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연초 대비 50% 넘게 올랐다. 주요 상장 증권사들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이다.
다만 기업금융(IB) 실적 개선은 주요 과제 중 하나다. IB 사업에서만 유일하게 역성장했는데, 이는 고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가 여전히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증권은 리스크 관리와 신규 투자 기회를 확보해 나갈뿐더러 고객 예탁금으로 기업금융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종합투자계좌(IMA) 인가 준비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2582억원으로 전년 동기(1687억원) 대비 53.1%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의 실적 제고와 혁신기업에 투자한 PI(자기자본투자) 포지션의 밸류에이션 상승이 크게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작년 1분기 2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선진시장에서의 세전이익은 1년 만에 864억원까지 확대됐다. 해외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김 대표가 사령탑으로 온지 1년 만에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업계에선 그의 해외법인 성장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미래에셋증권은 위탁매매와 WM 등 리테일 사업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줄어든 국내주식 거래대금에도 해외주식 거래대금이 크게 늘면서 수익을 떠받쳤다. 여기에 회사의 해외주식 수수료 이벤트가 작년 말 종료돼 평균 수수료율이 오른 것이 전체 수익을 견인한 주요 요인이 됐다. 회사의 1분기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19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WM 수수료도 18.1% 증가한 784억원을 기록했다. 랩어카운트와 연금 수수료 수익이 확대된 영향이다. 특히 퇴직연금 적립액이 1조3000억원가량 늘면서 독보적으로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사업 특성상 거래 수수료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자금 덕분에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던 셈이다.
허 대표가 올해 들어 퇴직연금 사업을 강화함으로써 리테일 전반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한 수익 제고 전략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강혁 미래에셋증권 전무는 "연금 사업으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고, 이를 위해 원리금 비보장 상품과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을 키우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해외혁신기업 투자도 공정가치평가 손익으로 900억원이 발생하면서 흑자전환을 기록하기도 했다. 해외혁신기업에 지분 투자한 부분은 향후에도 플러스 수익을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투자목적자산 전체 손익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실적 개선과 지속적인 주주환원 정책까지 시장에 부각되면서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올 초부터 이날까지 51.6% 상승했다. 미레에셋증권은 2030년까지 총 1억주 이상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IB 부문은 1년 전보다 23.1% 감소한 342억을 기록하면서 역성장 했다. 1분기 동안 기업공개(IPO) 주관을 8건 진행하는 등 인수금융 부문에서 성과를 이뤄냈지만, 부동산 PF 리스크가 제동을 걸었다. PF/자문 수수료 수익으로 전년 대비 46.8% 줄어든 59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해외부동산 평가손실도 1000억원을 추가로 반영했다.
미래에셋증권 입장에선 당초 기업가치 제고 계획으로 제시했던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IB 수익 개선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업계에선 IMA 사업 인가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 예탁금을 토대로 큰 규모의 자금을 기업금융 자산에 투자하는 등 IB 수익 제고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하반기에 인가 신청을 할 예정이지만, IMA가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면밀한 검토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사업을 급하게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