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정원도시 비전, 미래 세대를 위한 약속
22일 보라매공원서 펼쳐지는 서울국제정원박림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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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시민에게 공원은 일상의 연장선이다. 하이드파크뿐 아니라 시내 곳곳에 웨스트민스터구에만 106개의 크고 작은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공원들은 '주민들의 생활공간'으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휴식을 취하고 음악 공연을 즐기는 복합 공간이 된다. 독일의 도시들은 녹색 공간에 역사적 맥락을 더했다. 특히 뒤스부르크 환경공원은 폐쇄된 티센 제철소를 재탄생시킨 사례로 유명하다. 프랑크푸르트의 광대한 도시 숲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시민들의 정신적 안식처로 자리 잡았다.
일본 도쿄의 요요기 공원은 도시 역사의 변천을 보여준다. 군사 시설에서 올림픽 선수촌으로, 다시 시민의 쉼터로 변모했다. 싱가포르는 '도시 속 정원'이 아닌 '정원 속 도시'라는 혁신적 개념을 실현 중이다.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녹색 네트워크는 개별 공원의 가치를 넘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생태계로 바라본다. 수직 정원과 같은 창의적 접근은 제한된 국토에서도 녹색 혁명이 가능함을 증명했다.
WHO에 따르면, 1인당 공원 면적으로 '9㎡'를 권장하는데, 한국은 7.6㎡인 반면 영국은 24.2㎡에 달한다. 이는 선진국들이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시민의 삶의 질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에서 가장 '바쁘고 정신없는' 도시 중 하나인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원도시' 비전은 매우 가치 있는 시도다. 특히 오는 22일 보라매공원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단순한 행사가 아닌, 도시의 미래를 재정의하는 선언으로 볼 수 있다. 벌써 10회째를 맞는 박람회는 서울의 '정원도시'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기후위기 시대의 필수 전략이다. 특히 도시 숲은 온도를 낮추고 공기를 정화하는 환경적 기능을 넘어, 시민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의사다. 도시의 소음과 긴장감을 흡수하고, 명상과 휴식, 운동과 문화 활동의 장을 제공하며,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을 치유한다. 서울형 정원처방 프로그램의 효과 검증 결과, 우울감이 36% 감소했다는 결과가 이를 나타낸다.
서울의 정원도시 전략이 성공하려면 양적 확장을 넘어선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 주거 밀집 지역과 상업 지역, 교통 허브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녹지 배치, 지역 간 형평성 확보, 시민 참여형 녹지 관리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녹색도시국가를 지향하는 싱가포르의 사례는 서울에게 귀중한 교훈을 준다. 수직 정원, 옥상 녹화, 파크 커넥터와 같은 창의적 접근은 제한된 공간에서도 녹색 혁명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도시가 시민에게 제공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 그것은 바로 숨 쉴 공기와 쉴 곳이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서울을 진정한 '정원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