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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자리는 무너졌다…교권 붕괴에 사라진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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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은 기자

승인 : 2025. 05. 14. 17:49

교사 10명 중 6명, 퇴직 고민
악성민원·아동학대 신고에 교육 현장 흔들
"방어보다 예방 중심 제도 필요"
교사의 눈물<YONHAP NO-1718>
지난 2023년 8월 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교사와 학생을 위한 교육권 확보를 위한 집회에서 한 교사가 사망한 서이초 교사 유가족의 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스승의 날, 별일 없이 조용히 지나가길 바랍니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전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14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는 A교사의 말이다. 한 때 존경의 상징이었던 '스승'이라는 말은 이제 그에게 무거운 짐처럼 느껴진다. 그는 "스승의 날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지 오래됐다"며 "그날도 큰 일 없이 조용히 넘어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충북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사의 생활지도 조치가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교사가 학교폭력과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당분간 쉬는 시간에는 자리에 앉아 있으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 학부모가 "아이에게 땀띠가 생겼다"며 신고했다. 수사기관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학부모는 재정신청까지 진행했다.

교사 대상 아동학대 신고가 대부분 무혐의로 끝나지만 교사 개인에게 미치는 타격은 오래 지속되고 있다. 폭언·욕설, 신체적 폭력, 성희롱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교권이 침해되고 있음에도, 교육 당국의 대응은 여전히 사후 조치에 집중돼 있어 교사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장 교사들은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8~12일 전국 교사 2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교사 근무환경 실태 결과에 따르면 교권 침해로부터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는 교사가 무려 81%에 이르렀다. 응답 교사 56.0%는 정서·행동 위기 학생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교사가 홀로 지고 있다고 답했으며, 응답 교사 3명 중 1명은 새로운 행정업무에 대한 지원 부족을 호소했다. 현장 교사 다수는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 있으며, 응답 교사 10명 중 7명은 근무 환경에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폭언과 폭행, 욕설, 악성 민원,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등 다양한 형태의 교권 침해에 노출돼 있다. 최근에는 학생이 교사의 얼굴로 딥페이크 이미지를 만들어 텔레그램 등에 유포한 사례까지 발생했다. 교사들을 향한 민원 내용도 비상식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B씨는 "학원 시간을 고려해 학교 수업을 줄여달라는 민원까지 있었다"며 "교사가 열 가지를 잘해도, 하나 실수하면 바로 전화가 온다"고 토로했다. 단순한 민원을 넘어 명백한 범죄로 번지는 추세다.

현장 교사들은 정부가 '교권 5법'을 도입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교직 27년 차인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C씨는 "법이 개정됐다고는 하지만 현장은 그대로"라며 "당한 뒤에 보호하는 조치만 있고,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법과 제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인식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설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교총이 지난 3월 전국 유·초·중·고등교사 611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교권 보호에 긍정적 변화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79.6%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문제행동 학생이 줄었는가'라는 질문에도 86.7%가 부정적 응답을 내놨다.

교총 관계자는 "교사가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며 "교실이 회복돼야 학생도 교육도 바로 설 수 있다. 교사를 단지 방어만 하는 존재로 두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손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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