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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미국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면서 "미국 정부 차입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빚을 막기 위해 채권을 끊임없이 찍어낼 것이란 뜻이다. 실제로 미국의 채권 발행량은 역대 최고치를 매년 경신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미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 규모만 29조 달러, 한국 돈으로 4경(京) 규모를 훌쩍 넘는다. 2023년 8월과 작년 11월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와 S&P가 연달아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유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올해도 빚을 늘릴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가 감세안까지 내놓은 데다, 채권 금리가 장중 5%를 돌파하며 이자 부담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1175조2000억원이었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6.1%다. 2016년 34.2%에서 8년여만에 10%포인트 넘게 뛰었다. 경제 성장 속도는 매우 더딘데, 빚은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국채 발행량도 증가세다. 작년 국채 발행 규모는 222조3367억원이었다. 2019년 대비 34% 증가한 수치다. 올해 국채 발행량은 136조원대로, 이미 작년 수준의 절반 이상을 달성했다.
문제는 대선 출마 후보들이 조(兆)단위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근로소득세 기본공제를 연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300만원까지 인상한다면서 맞불을 놓았다. 여기에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아동수당 확대, AI공약 등 많게는 수백조원 규모의 세수가 투입되는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됐든 모두 나라 빚으로 꾸릴 정책들이다. 이 가운데 대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 후보가 "다른 나라는 국가부채 늘려가면서 지원해주는데, 우리나라는 국가가 빚을 안 지고 국민한테 돈을 빌려줘서 국민 빚이 늘어난다"는 발언을 했다. 미국 정부의 사례를 따라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 가운데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평가 결과가 올 하반기 나올 전망이다. 계엄·탄핵 등 정치 불확실성 확대, 글로벌 무역 전쟁, 국내 경제 역성장 등 악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말이다. 탄탄한 재정정책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한국도 신용등급 강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 비기축통화국다. 저렴한 비용으로 채권을 찍어내는 미국과 상황이 다르다.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한다면 그 충격도 매우 클 것이다. 금융회사들과 기업들은 글로벌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향조정될거고, 해외 자금 조달금리가 높아져 경영에 차질이 생긴다.
빚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가속도가 붙는다. 나라 빚은 더욱 위험하다. 미국도 그랬다. 대선을 앞두고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되는 공약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채무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높여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