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시작된 '신의 탑'은 여전히 내게 최고의 웹툰이다. 초반부의 몰입감, 캐릭터 간 대결 구도, 세계관의 웅장함은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시리즈가 길어지면서 전개는 다소 느슨해졌고, 작가의 장기 휴재가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도 줄어들었다. '신의 탑: 새로운 세계' 역시 한동안 열심히 즐기던 게임이었지만, 원작이 멈추자 게임 역시 손에서 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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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렉마지노 콜라보 업데이트
그러던 중 반가운 이름이 다시 등장했다. 바로 지난 4월 연재를 시작한 스핀오프 웹툰 ‘우렉 마지노’다. 팬들 사이에서 ‘세계관 최강자’로 손꼽히는 우렉의 선별인원 시절을 다루는 이 작품은, ‘신의 탑’ 초창기의 감성을 고스란히 불러오며 주목받았다. 마치 오래된 추억을 다시 꺼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타이밍에 맞춰 ‘신의 탑: 새로운 세계’에도 우렉 마지노와의 협업 콘텐츠가 추가됐다. 게임에 다시 접속할 수밖에 없는 유혹이었다. 특히 원작자인 SIU가 작가의 말을 통해 해당 콜라보레이션에 대해 언급하면서, 기대감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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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캐릭터들로 새로운 스토리를 창조하는 것이 신의 탑 새로운 세계의 매력. /인게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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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설정처럼 호쾌한 쿤 에드안. /인게임 캡처
협업 콘텐츠의 중심은 ‘우렉 기억의 미궁’이라는 새로운 스토리 콘텐츠다. 원작 팬이라면 익숙한 캐릭터들이 새롭게 얽히는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원작의 세계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독창적인 스토리를 풀어냈다는 것이다. 게임 개발진 역시 캐릭터의 개성과 설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 '붕괴' 없는 탄탄한 서사를 구성했다. 어떤 순간에는 원작보다도 더 설득력 있는 흐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예를 들어, 원작 설정 중 하나인 ‘우렉이 구스트앙을 찾아가 탑 밖으로 나가는 방법을 물었다가 대화 도중 머리가 아파서 그냥 나왔다’는 장면은, 이번 협업 콘텐츠에서 실감나게 재현됐다. 그 설정이 더욱 풍성하게 각색되어 게임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캐릭터들이 나누는 대화, 배경 연출, 컷 전환까지 세심하게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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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트앙 잘못 건드린 우렉. /인게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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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트앙 잘못 건드린 우렉. /인게임 캡처
또한 트로이메라이, 에드안 등 가주들의 성격을 드러내는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남을 지배하려 드는 트로이메라이의 권위적 태도, 우렉과 대결을 원했던 에드안의 전투광적인 면모가 잘 살아 있어, 마치 작가 공인의 ‘IF 스토리’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우렉의 유쾌한 반응과 날선 대사 역시 ‘신의 탑’ 팬이라면 웃음을 참기 어려울 장면이다.
총 플레이 시간은 약 30분 정도로 짧지만, 임팩트는 강렬하다. 오랜만에 접속한 김에 스토리를 한 번에 밀어봤고, 더빙까지 곁들인 덕에 원작 이상의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래서 다시 돌아왔구나’ 싶은 감정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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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님 죽어놓고 말이 많으시네요. /인게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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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들의 성격을 잘 살렸다. /인게임 캡처
물론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우렉 마지노가 원작 3부 후반에서 보여줬던 다소 과한 설정과 연출 (일명 '뇌절')를 되풀이하지 않고, 지금의 감정선과 작품성을 끝까지 유지해줬으면 하는 점이다. 그래야 이 스핀오프가 가진 매력을 더 오래 간직할 수 있다.
‘신의 탑: 새로운 세계’ 역시 안정적인 원작 서사를 바탕으로 지금처럼 팬심을 자극하는 협업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이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언젠가, 진짜 완결을 향해 다시 우직하게 걸어가는 원작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