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무 감독(오른쪽)이 강연을 마친 뒤 윤은기 고대월례강좌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고대월례강좌
고려대 고대월례강좌가 창작 다큐픽션 오페라 <이순신>의 제작을 이끈 양재무 감독을 초청해 제458회 강좌를 개최했다.
강좌는 지난 2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교우회관 안암홀에서 열렸으며, 15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오페라 제작의 뒷이야기와 함께 역사와 예술의 접점을 조명했다.
윤은기 고대월례강좌 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공무원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을 꼽자면 단연 다산 정약용과 서애 류성룡”이라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의 강당이 각각 ‘다산관’과 ‘서애관’으로 불리는 것도 그 같은 존경심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순신 장군과 서애 류성룡은 임진왜란 당시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들”이라며 “이번 강좌는 홍용택 사무처장의 추천으로 성사됐다”고 덧붙였다.
강연자로 나선 양재무 감독은 “큰 예술로 대한민국의 콘텐츠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각오로 오페라 <이순신>을 제작했다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 48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으며, 지난 4월 국립극장에서 초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오페라 <이순신>은 AI와 3D 기술을 활용해 다큐멘터리적 사실성과 픽션의 서사 구조를 결합한 ‘다큐픽션’ 형식으로, 충무공의 헌신과 인간적 면모는 물론 임진왜란 당시 우리 민족의 역사까지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양 감독은 “세계사에서 사라질 뻔했던 한민족의 운명을 바꾼 이순신과 류성룡의 만남을 무대 위에 재현하고자 했다”며 “단순한 전쟁 서사를 넘어 조선인 포로들의 고통과, 선조·원균·류성룡·이순신 네 지도자의 대비되는 리더십을 통해 전쟁의 본질을 조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뮤지컬보다 더 재미있는 오페라, 영화보다 더 볼거리가 많은 무대를 만들고자 했다”며 “임진왜란을 다룬 영화를 10차례 이상 보고,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를 10번 이상 탐독하면서 16세기의 오페라 정통성과 21세기의 기술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임진왜란의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네 가지 ‘역사의 우연’도 소개됐다.
양 감독은 “첫째는 이순신이 임진왜란 발발 1년 전 전라좌수사에 임명된 사실, 둘째는 1592년 4월 13일 왜군이 부산을 침략하기 하루 전날인 4월 12일에 거북선이 완성된 점”을 꼽았다.
이어 “셋째는 칠천량 해전의 참패 이후에도 12척의 배가 기적처럼 남아 있었던 점, 마지막으로 이순신이 전사한 날 서애 류성룡이 탄핵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들며, “이 모든 우연이 역사의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강연 후에는 테너 하세훈의 독창과 피아니스트 박성은의 반주로 이순신 오페라 속 주요 아리아가 연주돼 감동을 더했다.
참석자들은 두 차례 기립박수와 앙코르 요청으로 화답했고, 강연은 당초 예정 시간을 30분 넘겨 종료됐다. 현장 관계자는 “지휘자 양 감독의 강연과 음악이 어우러져 단순한 강좌를 넘어선 문화 공연이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