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옛 감독, “우리는 어떤 상대든 이길 수 있다는 믿음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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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전북 구단 창단 이래 처음으로 전 좌석이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총 31,830명의 관중이 입장한 가운데, 양 팀 서포터들의 열띤 응원은 경기 전부터 경기장을 뜨겁게 달궜고, 그 열기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식지 않았다. 경기 초반 분위기를 선점한 쪽은 울산이었다. 전반 10분, 전북 수비수 김태현의 빌드업 실수를 엄원상이 끊어낸 뒤 우측 측면에서 날카롭게 찔러준 크로스를 이청용이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이청용의 시즌 2호 골이자, 울산이 준비한 강한 전방 압박이 효과를 본 장면이었다.
하지만 전북은 흔들리지 않았다. 측면 수비수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공간을 넓혔고, 전반 25분 강상윤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띄운 크로스를 송민규가 헤더로 연결했다. 이 슈팅은 골키퍼 조현우에게 막혔으나, 튀어나온 볼을 송민규가 다시 달려들며 오른발로 밀어넣어 동점골을 완성했다. 송민규 역시 시즌 2호 골을 기록하며 팀을 구해냈다. 이후 경기 양상은 일진일퇴를 반복했다. 양 팀 모두 미드필드 싸움에서 강하게 부딪혔고, 전진우와 엄원상, 에릭 등을 통해 속도감 있는 공격을 펼쳤으나 마지막 결정력 부족으로 추가 득점 없이 전반은 1-1로 종료됐다.
후반 들어 전북은 먼저 교체 카드를 꺼냈다. 후반 14분 송민규와 김진규를 불러들이고 이승우와 이영재를 투입하며 공격의 변화를 시도했다. 울산도 후반 26분 이청용을 라카바로, 후반 31분엔 에릭을 강상우로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미소를 지은 쪽은 홈팀 전북이었다.
후반 41분, 전북은 드라마 같은 역전골을 만들었다. 이영재의 코너킥 이후 김영빈이 머리로 다시 올려준 공을 이승우가 오버헤드킥으로 연결했다. 공은 울산 골키퍼 조현우에게 막혔지만, 문전 혼전 속에서 달려든 박진섭이 침착하게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막판 울산은 야고, 이진현, 윤재석 등을 잇따라 투입하며 총공세에 나섰으나 전북 골키퍼 송범근의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정우영이 시도한 왼발 슈팅은 송범근의 선방에 가로막히며 울산의 희망은 꺼졌고, 결국 추가시간 전북은 이승우의 날카로운 패스를 받은 티아고가 오른발 슛으로 쐐기골까지 완성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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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옛 감독은 이날도 득점에 성공한 티아고에 대해 "겨울 이적시장 당시 거의 팀을 떠날 뻔했지만 후보 역할을 받아들이고, 기회를 기다렸다. 지금은 2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 중인데, 스트라이커에게 이보다 좋은 보상은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오늘 전주성의 분위기는 유럽 빅클럽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팬들의 응원이 정말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부상으로 교체된 홍정호와 강상윤에 대해선 "발목과 무릎 통증이 있었지만 다행히 A매치 휴식기가 있어 회복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울산 김판곤 감독은 "선수들의 폼과 경기 내용 모두 좋았다. 통제도 잘했고 경기력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다만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은 감독의 책임"이라며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결과로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 클럽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으로 만회하겠다"고 말했다. 후반 이후 흐름이 상대에게 넘어갔다는 질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우리가 잘했다"며 짧게 대답한 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10승 5무 2패(승점 35)를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했고, 울산은 8승 5무 6패(승점 29)로 3위에 머물렀다. 시즌 두 차례 열린 현대가 더비는 1승 1패로 균형을 이루게 됐지만, 궁극적인 승자는 리그 우승이라는 최종 결과로 판가름날 것이다. 이날 전주성에 모인 3만여 관중은 단순한 승리를 넘어, 팀이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는 믿음을 확인한 날이었다. 전북은 이제 자신들이 다시 K리그의 중심에 올라섰다는 사실을 '결과'와 '분위기'로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