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인천공장 셧다운 수급 조정
포스코, 중국 생산법인 매각 등 검토
업계, 통상압박에 현지생산 확대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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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무역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 생산법인을 설립하는 동시에 사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 효율화 작업이다. 최근 중장비 부품을 생산하는 중기사업부 매각을 결정했으며, 폐쇄를 검토했던 포항2공장도 현재 축소 운영 중이다.
다른 철강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당장 생존뿐만 아니라 저탄소 등으로 대표되는 미래사업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공급 과잉에 대응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인천공장의 철근 생산을 한 달간 중단하기로 했다. 업계 맏형인 포스코도 중국 법인 매각과 공장 폐쇄를 검토하며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굴착기 등 대형 건설장비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중기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현대제철 중기사업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굴착기용 부품 무한궤도를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생산해 왔으나, 최근 건설경기 부진에 중장비 수요가 줄고, 중국산 제품들이 값싼 가격으로 풀리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사업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대제철에 따르면 지난해 중기 판매량은 2021년 대비 65% 감소했다. 현대제철 측은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 노력에도 경쟁업체·중국 저가제품 대비 경쟁력 상실로 구조적 한계를 맞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포항2공장 폐쇄도 검토했으나 현재는 축소 운영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만 장기적으로 투자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추가 사업 구조조정 가능성은 남아있다.
현대제철뿐만 아니라 국내 철강업계 상위 3개사 모두 효율화에 매진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인천공장 철근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국내 최대 생산거점을 닫으면서 수급 조절에 나선 것이다. 전방산업 부진과 공급과잉 속에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포스코 또한 구조조정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는 중국 생산법인 매각을 검토하는 한편, 노후 공장 셧다운 등 효율화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포스코 내부에서도 장기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비효율 자산 정리와 함께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하는 분위기다.
철강업계의 고민은 당장의 수요 부진뿐 아니라 향후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4일부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최대 50%까지 추가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철강제품 전체 수출량은 지속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은 지난달 기준 20.6%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글로벌 철강 시장 재편 움직임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제철이 미국 US스틸 인수에 나선 가운데, 현지 생산능력에서 한국 철강업계가 한층 더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통상압박과 글로벌 업체들의 현지화 전략이 동시에 강화되면서 한국 철강업계가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발 통상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현지 생산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3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약 8조원을 투자해 전기로 제철소를 짓겠다고 밝힌 바 있고, 지난 4월 포스코가 지분투자를 결정하면서다. 양사는 제철소 합작 투자를 통해 북미 지역 철강 공급망을 갖추고, 판매 체계도 정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