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진 기준부터 플랫폼까지
의료계 '안전성 우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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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의료계 전문가들은 비대면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운영 기준 설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떤 질환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의 진료가 가능한지, 응급상황 발생 시 대응체계는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초진 허용 여부를 둘러싼 혼란 해소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현재 일부 의사는 재진환자들에게만 진료를 제공하는 반면, 처벌을 우려해 아예 비대면진료를 거부하는 의사들도 늘고 있다. 진료 방식의 표준화와 최소 진료시간 기준 마련도 필요한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기준 혼재로 인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의사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80.3%가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보다 불안하다'고 답했으며, 4개 전문과목 의사 2588명 중 충분한 진료가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7.9%에 불과했다. 현재 비대면진료의 78.1%가 전화로만 이뤄지고 있으며, 상담시간도 90.5% 이상이 5분에 못 미쳐 진료 품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플랫폼 관리 체계 정비도 남은 숙제다. 현재 다수의 플랫폼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들의 의료법상 지위와 책임 범위가 불분명하다. 개인 의료정보 보호와 처방전 위변조 방지를 위한 기술적 안전장치 도입 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다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조정 방향은 단계적 접근이다. 1단계로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확보된 재진 환자나 만성질환 관리에 한정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운영 결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식이다. 동시에 의료진 대상 교육 프로그램과 진료 품질 관리 체계도 병행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결국 의료 접근성 개선과 환자 안전 확보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성공적 제도화의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의료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비대면진료는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환자 안전이 최우선돼야 한다"며 "충분한 안전장치와 단계별 검증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