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멜린 2호기 건설사업 우선협상권도
원전 주기기 수주로 경제적 파급효과↑
한수원 "3개월 내 현장 건설소 개소"
2029년 착공→2036년 시운전→2038년 상업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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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수원은 체코 측 발주사인 두코바니II 원자력 발전소(EDU II)와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전날(현지시간) 체코 최고행정법원이 체코 전력 당국과 한수원과의 신규 원전 건설 계약을 금지한다는 브르노 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취소'하면서 이번 계약이 가능해졌다.
지난달 체코 정부에서 국무회의를 통해 가처분 결정이 취소되는 즉시 양사가 신속히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최종 계약을 사전 승인한 바 있다. 해당 소송은 지난달 한수원과 경쟁관계였던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제기했으며, 이 때문에 최종계약 서명식 참석을 위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이 체코 현지에 도착했지만 무산됐다.
이번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 유럽은 원전 종주국들이 포진한 시장으로, 유럽에 첫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해석이다. 특히 이번 본계약 체결로 추후 확정되는 테멜린 3·4호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권을 확보하게 된다면 유럽시장에서 우리나라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내 원전 공급망 전반에 일감을 창출하면서 원전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한전기술·한전KPS 등 한전 자회사뿐 아니라 민간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와 기자재 및 부품사 등 총 300여곳이 현지에 동반진출한다.
주기기(1차 계통)를 포함해 증기터빈 등 2차 계통까지 전체 원전 사업을 통으로 수주했기에 경제적 파급효과도 클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한수원이 2022년 8월 따낸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사업과 단순 비교하면, 2차 계통 수주 대비 20조원 이상 추가적인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
당시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은 3조원 규모의 2차 계통 사업이었던 반면, 이번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은 주기기까지 포함한 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26조원(4070억 코루나)으로 추산된다. 한수원은 이번 사업의 주계약자로서 팀 코리아인 △한전기술(설계)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시공) △대우건설(시공) △한전연료(핵연료) △한전KPS(시운전·정비) 등과 함께 설계·구매·건설(EPC), 시운전 및 핵연료 공급 등 원전건설 역무 전체를 공급한다.
더군다나 국내 원전 사업 대비 경제성 역시 높아 원전 생태계 활성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실제 황 사장은 지난달 체코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체코 원전이 국내 원전 대비 (경제성이) 꽤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오는 2029년 두코바니 5호기 착공을 목표로 본격적인 프로젝트 수행에 돌입할 예정이다. 늦어도 올해 9월 중 두코바니 현장에 건설소를 개소하고, EDU II와 함께 발전소 설계·인허가 등 각종 건설 준비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다만 유럽연합(EU)이 역외보조금 위반 조사에 나서는 등 법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EDF는 한수원이 한국 정부로부터 실질적인 '보조금'을 지급받아 불공정 경쟁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EU 집행위원회에 역외보조금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EU 집행위는 관련 규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직권 조사를 검토 중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이번 계약은 대한민국 원전 산업의 기술력과 신뢰성이 국제적으로 다시 한번 입증된 쾌거"라며 "한수원은 국내 원전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을 다하며, 아울러, 체코와의 협력이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사업 이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