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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 있는 그 사람, 정말 같은 팀원이 맞을까?
밤이 되면 비가 내린다. 목소리는 같다. 말투도 흡사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게임 '미메시스'는 바로 이 작은 '이상함'에서 공포를 만든다.
크래프톤 산하 렐루게임즈가 개발한 신작 협동 공포 게임으로, 최근 스팀 찜하기 10만 건을 넘기며 스팀 넥스트 페스트의 기대작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직접 체험해보니, 미메시스는 단순히 놀래키는 '깜놀 게임'이 아니다. 이 게임의 진짜 무기는 '의심'이다. 이 게임은 내가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끝까지 믿을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 무척 정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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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시작은 낡은 전차 안이다. 세 명의 다른 생존자와 함께, 단 하나 남은 생존 공간인 '전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낮에는 전차를 멈추고 물자 수집에 나선다. 정비소든, 연구소든, 혹은 폐허가 된 주택가든, 우리는 목적지마다 흩어져 필요한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연료와 예비 부품이 없다면 전차는 멈추고, 그 순간 저주받은 비가 우리를 덮친다.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일단 생존과 진행이 우선이다. 오염도를 씻어내는 샤워장, 손전등과 방망이를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 상점, 그리고 제한된 4칸의 인벤토리까지. 시스템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서의 역할 분배와 팀워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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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손전등을 누가 들고 가야 할지, 무장은 누가 맡을지 사전에 조율이 필요하다. 특히 지하 공간은 정말 어둡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언제 어디서 무언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공포는 손전등 하나에 생존을 의지하게 만든다.
하지만 '미메시스'의 진짜 게임은 어두워지게 되면 시작된다.
◆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 | 1 | |
밤이 되면 전차 밖은 금지 구역이 된다. 미메시스가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들이 '우리'와 똑같다는 점이다. 똑같은 목소리, 똑같은 모습, 똑같은 대사까지. AI 기술로 구현된 미메시스는 팀원처럼 말하고, 심지어 플레이 중 나눈 대화 내용을 그대로 복제해 따라하기도 한다.
게임을 하며 가장 강렬했던 순간은 팀원 중 한 명이 사라진 직후였다. 통신기 너머로 들려온 익숙한 음성. "괜찮아. 나 방금 돌아왔어"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아까 답변을 왜 또 말하지?"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그 '팀원'이 갑자기 나를 공격했다. 그제야 알았다. 그는 진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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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내에서는 팀원과의 대화를 끊임없이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 대화가 양날의 검이다. 말이 많아질수록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아지고, 그만큼 더 정교한 미메시스가 나타난다. 진짜 팀원을 구분하기 위해서 말을 걸어야 하지만, 그 말이 결국 나를 속이는 재료가 된다.
죽은 플레이어는 서로 소통할 수 있지만, 살아남은 이들은 누가 죽었는지도 모른다. 더 무서운 건, 그 '죽은 사람'의 모습으로 미메시스가 계속 돌아다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생존자는 점점 혼란에 빠지고, 결국 서로를 향한 의심이 시작된다. 누군가를 쫓아내야 할 때, 근거 없는 결정 하나가 팀 전체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 믿음과 공포 사이에서 | | 1 | |
'미메시스'는 인간 관계의 본질을 파고든다. 외형은 협동 게임이지만, 실상은 심리전의 연속이다.
이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팀워크가 필요하지만, 그 팀워크를 믿는 순간 발목을 잡히기도 한다. AI가 복제한 인간은 너무도 정교해서, 실제 사람보다 더 '사람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렐루게임즈는 실제 강화학습 기반의 AI 기술을 이용해 미메시스의 말투와 반응을 설계했다. 무작위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말한 내용을 분석하고 복제해 상황에 맞는 반응을 만든다.
덕분에 게임 플레이는 매번 새로운 의심으로 가득 찬다. 단순히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대화 속에서 정보를 흡수하고 행동을 모방하는 AI는 기존 공포 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방식이다.
◆ 체험판이 남긴 것 | | 1 | |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앞서 진행된 비공개 베타 테스트는 열기가 뜨거웠다. 체험판 출시 전인데도 찜하기 수 10만을 넘겼고, 커뮤니티에는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한국 시각 기준 6월 10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되는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는 누구나 이 체험판을 즐길 수 있는데, 공포를 넘어서 '불신'이라는 인간 본능을 건드리는 이 게임은 협동 게임의 새로운 재미를 제시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미메시스는 플레이 내내 끊임없는 대화, 반복되는 확인, 그리고 불확실성 속의 선택이라는 세 가지 긴장을 쥐고 간다. 공포는 시스템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이 진짜일까?'라는 감정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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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공포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한 작품이고, 나아가 인간의 관계와 감정을 게임 플레이의 핵심 도구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전차는 오늘도 달린다. 문제는 그 안이 아니라, 다시 문을 열고 나섰을 때 시작된다. 당신은 또다시 묻게 된다. '이번엔 정말 다들 진짜일까?'
이 질문에 답할 자신이 없다면, 당신은 이미 '미메시스'에 빠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