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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같은 빅매치’…인천, 수원 꺾고 K리그2 독주 체제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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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6. 16. 01:04

박승호 프로 첫 멀티골 작렬…윤정환 감독 “이길수록 냉정하게 가겠다”
K리그2 유료 관중 최다 기록 경신…수원은 ‘플랜 B’로 현실 대응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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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2 역대 최다 유료 관중 22,265명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가득 채운 가운데,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의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이 펼쳐졌다. 양 팀 서포터스의 열정적인 응원이 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K리그2의 결승전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었다.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16라운드, 수원 삼성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맞대결은 리그 1·2위가 자존심을 걸고 격돌한 시즌 최대의 승부였다. 결과는 원정팀 인천의 2-1 승리. 이날 승리로 인천은 승점 41을 기록하며 단독 선두를 굳혔고, 수원은 승점 31에 머물며 격차가 10점으로 벌어졌다. K리그2에서 1위에게만 다이렉트 승격이 주어지는 구조를 감안하면, 사실상 '승격 결정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이 빅매치의 무게감을 더욱 실감케 했다. 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무려 2만2,265명의 유료 관중이 입장해, K리그2 유료 관중 집계가 도입된 2018년 이후 단일 경기 최다 관중 기록을 새로 썼다. 종전 기록 역시 이 두 팀이 세운 것이었다. 지난 3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시즌 첫 맞대결 당시 1만8,173명이 입장했으며, 이번 리턴매치는 더 뜨거운 함성과 긴장감으로 경기장을 채웠다.

경기 내용은 숫자와 흐름이 엇갈렸다. 수원이 점유율(61%)과 슈팅 수(21개)에서 인천을 압도했지만, 골망을 가른 쪽은 인천이었다. 전반 14분, 제르소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돌파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낮은 크로스를 박승호가 쇄도하며 왼발로 밀어 넣어 선제골을 기록했다. 후반 4분에는 바로우의 왼발 크로스를 같은 박승호가 머리로 방향만 바꿔 멀티골을 완성했다. 프로 데뷔 이후 첫 멀티골이자, 인천의 전략이 완벽하게 구현된 장면이었다. 수원은 후반 21분 김지현이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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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골을 터뜨린 인천 유나이티드 박승호가 경기 종료 후 윤정환 감독과 포옹하며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박승호는 이날 자신의 프로 첫 멀티골을 기록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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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 박승호가 경기 종료 후 원정 응원석 앞에서 두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멀티골을 자축하고 있다. 박승호는 이날 경기의 해결사로 활약하며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날 경기의 전술적 승자는 단연 윤정환 인천 감독이었다. 그는 경기 전 "1위라는 자리는 부담스럽지만, 결국 모든 경기가 하나하나 중요할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실제로는 빈틈없이 준비된 전략으로 수원을 제압했다. "날씨도 덥고, 원정 경기이기 때문에 전방 압박보다는 내려서 기다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수원이 우리가 예상한 대로 움직여줬고, 준비한 대로 경기를 풀어냈다"고 평가했다. 경기 수치에서는 밀렸지만, 적은 유효 슈팅 기회를 모두 득점으로 연결한 '효율의 축구'는 인천이 왜 선두인지를 증명했다.

윤 감독은 팀 전체의 집중력과 조화를 강조했다. "선수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특히 공격의 방향성을 놓치지 말자는 주문을 잘 이행했다. 제르소와 바로우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박승호가 결과로 보여줬다. 그는 활동량은 많지만, 초반에는 골 결정력에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외국인 공격수들과 호흡이 맞아가며 득점 감각을 찾고 있다"며 선수단 전체에 공을 돌렸다. 이어 "이호 수석코치, 피지컬 코치, 분석 코치 모두가 이 승리에 기여했다. 다 함께 만든 결과"라고 덧붙였다.

승점 10점 차라는 결과에도 윤 감독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지금 우리가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축구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오늘 이겼다고 방심하는 순간 무너질 수 있다. 선수단도 모두 그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여름 이적시장 계획에 대해서도 "조용히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필요에 따라 보강이 있을 수 있다"고 짧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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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인천 유나이티드 윤정환 감독. 그는 "승점 10점 차라도 안일한 생각은 없다"며 독주 체제 속에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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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한 뒤 기자회견에 참석한 수원 삼성 변성환 감독. 그는 "감독으로서 부족했다"며 인천과의 두 차례 맞대결 모두 패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패배한 수원의 변성환 감독은 "인천과 두 번 모두 이기지 못한 점이 가장 안타깝다. 팬들에게도 정말 죄송하다. 무엇보다 감독인 내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책하며 말을 시작했다. 실제로 수원은 이날 경기에서 공격을 주도하며 수차례 기회를 만들었지만, 결정력 부족에 발목을 잡혔다. "하나는 들어갔고, 하나는 골대를 맞혔지만, 많은 슈팅이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인천의 측면 역습을 알고 있었지만, 막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수원의 현실적인 목표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변 감독은 "이제는 플랜 B로 2위를 사수하면서 인천을 추격하는 수밖에 없다. 매 경기 승점 3점을 목표로 삼고,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주도적인 축구를 고수하고 있다. 패배 속에서도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경기를 운영한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 흔들리지 않고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는 리그 우승과 승격 경쟁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됐다. 인천은 철저한 준비와 침착한 운영으로 1위 자리를 지키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고, 수원은 다시 전략을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2만 명이 넘는 관중이 지켜본 단 한 번의 90분은, 올 시즌 후반부에 다시 돌아보게 될 분기점으로 남을 것이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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