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마켓파워] 하청업체 기술탈취 조사받는 원익IPS…삼성에 불똥튀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618010009222

글자크기

닫기

윤서영 기자 | 김동민 기자

승인 : 2025. 06. 19. 18:00

이재명 정부 첫 기술탈취 조사 대상자로 꼽혀
혐의 확인 시, 공공기관 용역입찰 불가
등기·미등기 임원 48% 삼성전자 계열사 출신
최대 매출처 삼성전자에 공급 차질 등 우려
basic_2022
KakaoTalk_20230602_124736667
협력업체 기술탈취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원익IPS의 악재가 삼성전자에도 불똥이 튈지 주목된다. 원익IPS는 반도체용 장비 제조업체로 원익홀딩스(최대주주)가 지분 32.9%를 보유하고 있지만, 사실상 삼성전자의 입김이 강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원익IPS 지분을 각각 3.77%씩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최대 매출처도 삼성전자다. 원익IPS는 삼성전자의 대표 협력사로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을 톡톡히 받고 있는 곳으로 전해진다. 현재 원익IPS의 안태혁 대표이사 또한 삼성전자 출신으로 이 회사의 임원 48명 중 절반 가까운 수준이 삼성전자 계열사 출신이다.

이번 공정위의 조사가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재명 정부의 첫 기술탈취 조사 대상으로 꼽혀서다.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로 이른바 '갑질' 논란이 일면서 이를 막기 위한 법 개정도 실시돼왔다. 원익IPS가 하청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등 하도급법 위반 대상자로 밝혀지게 되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물어주게 될 수 있다. 이 외에 기술유용 혐의가 확인되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에 벌점을 부과받는데, 기술유용의 경우 1회 위반만 하더라도 공공기관 용역입찰이 불가해져 영업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 이미 반도체 업황 악화로 실적이 내리막길 걷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매출처인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등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나오는 배경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원익IPS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이후로 줄곧 감소세다. 지난 2020년말 978억원, 2021년말 1451억원까지 순이익을 올린 후 2022년부터는 894억원, 135억원(2023년말), 207억원(2024년말)으로 줄었다. 올 1분기에는 47억원 당기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원익IPS의 순이익 감소는 지난해 고객사의 수주 장비 매출에도 메모리 수요 감소와 고객사의 설비투자 축소 등이 반영된 여파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보수적인 투자 집행도 실적 감소 전망에 영향을 줬다. 원익IPS의 최대 매출처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영향권은 경영 전반에도 상당하다. 현재 원익IPS의 안 대표이사 또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및 삼성SDI 소형/중대형전지 사업부 부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미등기 및 등기임원 48명 중 48% 수준인 23명이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 계열 출신이다.

원익IPS의 올 1분기 매출액은 1242억원으로 전년 대비 9.11% 증가했으나, 순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올 2분기 전망도 좋지 않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상호관세 영향이 더해져 최종 수요 전망이 더 악화되고 있다"며 "주요 고객사의 D램, 낸드, 파운더리 모든 제품의 하반기 수익성이 하락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보유로, 목표주가도 2만4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 V9낸드 효과와 디스플레이 매출 대규모 인식에 따른 높은 기저와 계절성으로 분기 실적 축소는 불가피하다"며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는 여전히 효율적인 투자 운영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며 목표가를 하향했다.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큰 곳이긴 하지만 원익IPS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이용한 원익그룹 회장이 있다. 원익IPS는 2016년 원익홀딩스가 인적분할해 출범한 곳으로, 옥상옥 구조를 갖고 있다. 이용한 회장→호라이즌→원익→원익홀딩스→원익IPS 로 이어지는데 호라이즌은 이 회장과 자녀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회사다. 호라이즌은 경영자문업을 영위하는 곳이긴 하지만 사실상 영업수익은 0원이다. 작년말 기준 영업수익은 0원인데, 영업손실 5200만원에 기타비용과 이자비용이 각각 7억원씩 빠져나가면서 당기순손실 6억4600만원을 기록했다.

이번 공정위의 조사 또한 악재로 반영될 전망이다. 올해 들어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는 '하도급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기존에는 하도급거래에서 중소기업의 기술자료를 탈취하면 손해액의 3배까지 물어줘야 했지만 현재는 최대 5배까지로 손해액 산정기준이 높아졌다. 수급사업자가 기술유용에 따른 피해와 관련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때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하도급법 제12조의3 제4항을 위반한 기술유용행위로 고발이 있을 경우, 벌점은 5.1점으로 단 1회 위반으로도 조달청 등 공공기관 입찰 참가가 제한된다. 기술유용 행위는 기술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워 통상 정액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대 20억원 수준까지 가능하다. 원익IPS가 이번 협력업체 기술탈취 건으로 과징금 및 벌점을 부과받게 되면 최대 매출처인 삼성전자에 공급 차질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해당 업체가 수급업체 대해 기술유용이나 절차 위반 등 위반 혐의가 있다는 취지로 조사에 나간 경우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벌점이 최대 수준을 넘어서면 국가 입찰하는데 있어서 참가 자격이 사라지거나 제한된다"며 "이렇게 국가 산업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경우, 굉장히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번 원익IPS에 대한 공정위의 하도급법 관련 조사가 솜방망이 처벌 수준으로 끝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민수 안동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형사법의 경우 처벌을 하기 위해선 증거가 명확해야 하는데, 기술탈취와 관련해선 증거를 입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하도급법 위반에 의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원익IPS 측과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한편, 지난해에는 이 회장의 세 자녀(이규영·이규민·이민정)들에 대한 승계도 이뤄졌다. 가족회사인 호라이즌이 원익에 대한 지분을 확대하면서다. 현재 호라이즌은 이 회장이 26.7%, 장남 이규엽씨가 26.7%, 차남 이규민씨가 26.7%, 장녀 이민경씨가 20.0%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이 회장은 원익 지분 38.18%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8월 262억 8900만원에 해당 지분을 호라이즌에 처분했다. 이 회장 등 9인이 보유했던 원익 지분을 호라이즌 외 8인이 보유하게 되면서 자녀들의 원익 지배율도 사실상 높아지게 됐다. 호라이즌이 이 회장과 자녀들의 승계에 동원된 지렛대 역할을 한 셈이다.

호라이즌이 이 회장의 원익 지분을 취득할 수 있게 된 자금 출처도 눈여겨볼만 하다. 호라이즌은 이 회장으로부터 지난해 8월 212억 8900만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자금 용도는 주식 인수대금이다. 즉, 호라이즌은 이 회장에게 빌린 돈으로 다시 이 회장의 원익 지분을 사들이는 '교환' 형태의 단기차입을 실시한 것이다. 해당 단기차입금의 상환일은 오는 8월 20일로, 1년간 호라이즌이 이 회장에게 갚아야할 이자율은 4.6%다.
윤서영 기자
김동민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