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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호르무즈 막힐까 초긴장… 유가 영향 도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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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당장 수급 차질 가능성 낮으나 유가 부담
항공사, 운영비용 영향…해운사는 대체 항만 찾아야
자동차·가전 물류비 증가 부담…금융 시장 타격 불가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에 국제유가 상승<YONHAP NO-4971>
서울 시내 주유소에 가격이 적혀 있다. /연합
아시아투데이 안소연 연찬모 김정규 한상욱 기자 = 이란의 전 세계 원유 소비량 20%가 드나드는 핵심 길목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국내 산업계는 초긴장 상태에 접어들었다. 우리 정유사들이 국내로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 해협을 통해 온다. 이를 반영해 국제유가는 22일(현지시각)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브렌트유 선물은 2%대 오르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3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동 원유 도입비중은 지난해 기준 71.5%다. 현재까지 유조선은 정상운항하고 있으며, 국내 석유비축분은 207일분으로 유사 시 대비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협회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단기간 유가 급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현재 정부는 수시로 점검에 나서 동향을 파악 중이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들은 일단 사놓은 원유에 대한 재고평가손익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이 기름을 덜 쓰는 수요 감소로 이어져 악재로 평가된다. 화학산업은 원료값이 오르니 가뜩이나 중국산 범람으로 엎친 데 덮친 격인 상태다.

항공유를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사들은 원·달러 환율과 유가에 모두 민감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연간 약 3050만 배럴의 유류를 사용하고 있는데, 유가가 배럴 당 1달러 상승 시 약 3050만 달러의 비용이 추가 부담되는 형국이다.

해운업계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HMM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노선이 1개 있으며, 해당 중동 노선에 선박 8척을 투입하고 있다. 실제 해협이 봉쇄될 시 오만 인근의 대체 항만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의 중동을 지나다니는 선박들이 대체 항만으로 가게 돼서 지연 및 정체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며,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영향으로 이날 HMM의 주가는 전날보다 2.39% 뛴 2만3550원에 마쳤다.

수출 기업들에 대한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생활가전 매출에서 중동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물류비가 급등할 수 있다. 부피가 큰 생활가전 특성상 주로 해상 물류망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해상 운임 인상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양사는 지난해에도 중동 리스크를 겪으면서 물류비가 전년 대비 각각 71.9%, 16.7% 늘어난 바 있다. 양사는 운송 계약이 통상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이뤄지는 만큼 당장 피해 규모를 예상하긴 어렵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제품 가격 인상 등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자동차 부품 수급 체계에도 타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완성차 가격 상승 압력은 커지게 되고 결국 판매량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 역시 지금 당장의 피해는 없지만, 중동 현지 수요 위축 가능성 등에 대해 면밀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가가 뛰면 철강, 플라스틱 등 주요 부품의 운송비와 제조 공정상의 에너지 비용도 일제히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도 중동발 환율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환율이 급등할 경우 각 은행의 위험가중자산과 자본비율 관리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긴급 점검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각 은행은 외화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자금 흐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리스크 관리 부서를 중심으로 중동 정세 시나리오별 증시·채권·환율 영향을 분석해 선제적인 대비 태세를 갖추겠단 구상이다.

피해를 본 국내 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도 나왔다. 하나은행은 이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위해 11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수출입 기업에 대한 현장 점검을 진행하고 자금 수요를 파악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그룹 차원에서 수립한 대응 방안에 따라 향후 국제 유가 급등 시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안소연 기자
연찬모 기자
김정규 기자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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