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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한국적 감성이 브로드웨이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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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6. 24. 16:52

토니상 수상 기념 간담회 "한국 관객들이 내 원동력이었다"
인사말하는 박천휴 작가<YONHAP NO-3814>
박천휴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로피를 식탁에 올려뒀는데, 그걸 보면서 아침을 먹는 게 신기하네요."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6개 부문을 석권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상 후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박 작가는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상징적인 트로피가 내 초라한 뉴욕 집에 있다는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고, 그 무게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창작자가 되어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 작가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출발점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는 "오랫동안 교제했던 사람과 헤어지고 친한 친구가 암으로 8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시기가 있었다"며 "그때 '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상처도 받지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작품의 결정적 영감은 우연한 순간에 찾아왔다. "카페에서 록 밴드 블러의 멤버 데이먼 알반의 '에브리데이 로봇'이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가사가 외로워진 인간을 로봇에 비유하는 것이었다. 로봇이 상실과 아픔을 겪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바로 윌에게 연락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브로드웨이 성공 비결에 대해 박 작가는 한국적 소재와 정서를 부각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처음 브로드웨이에서 작품이 안 된다는 말들이 더 많았다. 한국을 배경으로 로봇이 주인공인 뮤지컬을 누가 보러 오겠냐는 얘기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것이 참신함으로 다가와 현지에서 환호해주시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극 중 '화분'이라는 한국어를 그대로 쓴 것도 공동 창작자인 윌 애런슨과 협의한 결과다. 배우들이 '어떻게 발음하느냐?'고 물으며 오히려 더 좋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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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휴 작가. /NHN링크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4년 구상을 시작으로 2024년 브로드웨이 개막까지 10년의 긴 여정을 거쳤다. 박 작가는 "윌도 나도 기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며 "사랑의 아픔을 두려워해서 사랑에 빠지지 않기로 약속하는 클레어 같은 성격"이라고 자신들을 묘사했다. 토니상 수상 당일에 대해서는 "정말 정신없는 마라톤 같은 하루였다. 너무 기쁘고 어떤 면으로는 당황스럽고, 내가 상을 받아도 되나 놀랍기도 했다"며 복잡미묘했던 감정을 털어놓았다.

박 작가는 이민자로서 겪은 어려움도 솔직하게 공개했다. 그는 "다 포기하고 한국에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도 했는데 이걸 견뎌내니 어느 순간 좋은 분들을 만나면서 좋은 기회도 얻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관객들이 너무 공감해 줬던 경험 덕분에 미국에서도 내 의견을 고집할 수 있었다. 한국 관객들이 내 원동력이었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는 브로드웨이 관객과 한국 관객의 반응에 대해서 "웃고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는 포인트들이 같다. 다만 한국 관객은 속으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브로드웨이 관객은 환호하고 손뼉을 치는 등 물리적으로 반응을 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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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 사진. /NHN링크
이번 토니상 수상으로 K-뮤지컬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분 것에 대해 박 작가는 "K-팝처럼 전세계적으로 쓰는 용어는 아니지만, 한국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뮤지컬이라면 그것이 K-뮤지컬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국내 창작 환경에 대해서는 "한국처럼 지원 제도가 많은 나라도 드물다"며 "다만 창작자가 정산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로열티 개념이 좀 더 보완됐으면 좋겠다"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10월 30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을 갖는다. 박 작가는 "대본과 음악이 바뀌는 건 없다. 10년째 하고 있는 이 공연을 브로드웨이에서 호응을 얻었다고 해서 굳이 애써서 바꾸고 싶지 않고, 우리의 정서와 감수성을 지키면서 다시 한국 관객들을 뵙게 되는 게 설렌다"고 밝혔다.

토니상 수상으로 인한 부담감에 대해서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 부담감에 눌리다 보면 자연스럽지 못한 작품을 쓰게 될 것 같다"며 "다행히 윌이라는 훌륭한 창작자가 있어서 하던 대로 서로 보완해가면서 해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박 작가는 "'일 테노레'와 '고스트 베이커리'가 빠른 시일 내로 다시 한국 관객들과 만나고 해외에도 선보이고 싶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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