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무료 운영·익명성 보장·200개 언어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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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전국여성연대(FNSF) 로고. / 그래픽 = 박종규 기자 |
24일(현지시간) 현지매체 프랑스엥포는 프랑스의 폭력 피해 여성 긴급 상담 번호인 3919가 작년에 총 10만448건의 신고 전화를 처리해 운영 33년 만에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한 해 상담이 10만건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2년 개설된 3919 긴급 전화 서비스는 비영리 단체인 프랑스전국여성연대(FNSF)가 운영한다. FNSF는 1987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가정 폭력 및 여성 대상 폭력 근절을 주요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3919는 365일 24시간 무료로 운영되며 신고자의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한다. 프랑스 국적자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은 모든 여성을 지원하기 위해 200개 이상의 언어를 제공하고 청각 장애인의 접근성도 확보하고 있다.
24일 FNSF가 발표한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919 핫라인이 처리한 여성 폭력 신고 전화는 총 10만448건이었다.
이 중 약 95%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심리적·성적·언어적·사이버 폭력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 관련 상담이었다. 54건은 곧바로 경찰의 개입이 필요했던 긴박한 순간에 신고한 경우다.
FNSF는 신고 건 증가의 주요 배경을 2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최근 몇 년 사이 피해 여성들이 침묵을 깨고 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FNSF의 활발한 홍보 활동으로 3919 핫라인의 존재와 역할이 사회 전반에 널리 알려졌다는 점이다.
FNSF는 "폭력 피해자들이 음지에서 벗어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핫라인에 신고한 이들 중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10명 중 4명꼴로 혼자 월세를 감당할 수 없었으며 4명 중 1명꼴로 자신 명의의 은행 계좌가 없었고 3명 중 1명꼴로 가해자의 수입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었다.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FNSF는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폭력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임시 숙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현재 모든 피해자에게 임시 숙소를 제공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 일부 경우엔 거절해야 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