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보편성 지니고 있어 언어의 장벽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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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베르베르의 신작 소설 '키메라의 땅'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형태의 클래식 음악회다. 국내 작곡가 김택수가 소설의 내용에 기반해 작곡한 신작 '키메라 모음곡'에 베르베르가 직접 쓴 내레이션이 결합된다. 베르베르는 무대에서 프랑스어로 내레이션을 낭독하며,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약 40분간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세종솔로이스츠의 여름 대표 클래식 축제 '힉 엣 눙크!'의 일환으로 열린다.
'키메라의 땅'은 제3차 세계대전 이후의 폐허 속에서 인간과 동물의 DNA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생명체 '키메라'가 등장하는 이야기다. 인간과 두더지가 결합한 지하 거주 인류, 인간과 박쥐가 결합한 공중 거주 인류, 인간과 돌고래가 결합한 수중 거주 인류 등이 등장하며, 이들이 인류의 과거를 반복해가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베르베르는 1일 화상 기자회견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소설로 지금으로부터 가까운 미래, 10년 후에 생길 수 있는 일들을 썼다"고 설명했다.
김택수 작곡가의 '키메라 모음곡'은 바로크 시대의 모음곡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알라망드, 사라방드, 지그 등 바로크적 스타일에서 착안하되, 하이브리드라는 테마에 걸맞은 실험적이고 다채로운 색채를 담았다. 플루티스트 최나경과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가 초청 아티스트로 참여해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공연 후반부에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메타모르포젠(변이)'이 연주된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문명에 대한 애도를 담은 이 작품은 '키메라의 시대'와 함께 한 시대의 파괴와 종말, 그리고 그 속에서 변형되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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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베르베르는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 음악에 친숙했다. 11살 때 비발디의 피콜로 협주곡을 듣고 영향을 받아 피콜로를 배우기도 했으며, 소설을 쓸 때도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다고 했다.
그는 "음악은 보편성을 지니고 있어 언어의 장벽이 없다"며 "문학은 번역을 통해 어딘가 변형이 일어나지만, 음악은 그 자체의 속도로 모든 이에게 전달된다"고 음악의 매력을 설명했다.
베르베르는 현재 인류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현 민주주의에 대한 걱정이 많다"며 "현재는 마치 안 좋은 음악처럼 구제국들이 충돌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키메라의 시대: 신인류의 상상적 미래'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세종,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총 7회 공연된다. 베르베르는 공연 외에도 책 출간 기념 사인회를 통해 국내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