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코수르, EFTA 유럽 4개국과도 FTA 체결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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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 참석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은) 메르코수르 의장국 임기 내 EU와의 FTA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아르헨티나로부터 하반기 메르코수르 순번 의장국 지위를 넘겨받았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임기 중 EU와의 FTA 서명을 위해 실무 및 법률적 노력을 다했다"며 "브라질이 의장국이 된 하반기 결실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우루과이 외교부 고위 소식통은 "최근 EU 측과 만나 보니 연내 FTA 서명을 기대할 수 있는 강한 신호가 보였다"며 11월 서명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취임한 야만두 오르시 우루과이 대통령은 스페인 방문 후 브라질을 경유해 귀국하지 않고 곧장 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남미 경제공동체인 메르코수르와 EU는 25년 간의 협상 끝에 2019년 EU와의 FTA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프랑스와 아일랜드 등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최종 비준이 늦어지고 있다. 이들 유럽 국가들은 쇠고기와 대두, 설탕 등 생산의 규모와 비용에서 경쟁력 있는 메르코수르 농축산물이 유럽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며 FTA에 반대하고 있다.
앞서 전날(2일) 열린 외교장관회의에서 메르코수르는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FTA 협상을 완료하고 체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EFTA는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등 EU에 가입하지 않은 4개국이 회원국으로 있는 경제공동체다.
2017년 협상을 개시한 양대 경제공동체가 FTA 체결에 합의함에 따라 인구 3억 명·국내총생산(GDP) 4조3000억 달러(5,868조 6,400억 원) 규모의 자유무역지대 탄생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메르코수르는 연내 비준 절차를 마치고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메르코수르를 두고 미묘한 입장 차이를 노출했다. 룰라 대통령은 메르코수르에 대해 "브라질에 가장 안전한 곳이자 브라질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며 "메르코수르 덕분에 사실상 남미 전역이 거대한 자유무역지대가 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밀레이 대통령은 "보다 자유로운 무역과 규제의 기틀을 놓자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메르코수르가 회원국에게 (역외 국가나 경제블록과의 경제교류를 막는) 철의 커튼이 되었다"며 "우리(아르헨티나)는 각 회원국이 비교우위와 수출 잠재력을 활용하기 위해 더 큰 자율성을 누릴 수 있는 메르코수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르헨티나는 이 길을 지향할 것이며 기타 회원국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혼자서라도 그 길을 갈 것"이라고 했다. 현지 언론은 "밀레이 대통령이 3국과의 개별 무역협상 금지 등의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메르코수르를)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념적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사람은 '부패한 도둑'(룰라 대통령을 향한 밀레이 대통령의 발언) '멍청한 말만 많은 사람'(밀레이 대통령을 겨냥한 룰라대통령의 발언) 등 그간 공방을 주고받았다. 2023년 12월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한 후 룰라 대통령이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르헨티나에 신임 정부가 출범한 뒤 1년7개월 간 브라질 대통령이 방문하지 않은 건 전례 없는 초유의 일이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메르코수르 정상회의 참석 후 가택연금 상태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찾아가 만났다. 룰라 대통령이 밀레이 대통령의 정적이자 최대 야당의 대표인 그를 만난 건 밀레이 정부에 보내는 묵시적 정치 메시지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