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팬덤으로 입증한 IP 확장성…실존 넘은 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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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미국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의 '유어 아이돌'(Your Idol)이 데일리 톱 송 차트 1위에 올랐다. K-팝 보이그룹 최초의 기록으로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성과를 넘어선 이정표다.
이전까지 이 차트 1위에 오른 K-팝 곡은 방탄소년단 정국의 '세븐'(Seven), 지민의 '후'(Who),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APT.) 등 모두 솔로곡이었다. 그룹 단위로는 전례가 없으며 실존하지 않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글로벌 차트 정상에 오른 사례도 처음이다. 앞서 K-팝 그룹 최고 순위는 방탄소년단 '다이너마이트'(Dynamite)의 3위였다.
사자보이즈와 경쟁 구도를 이루는 또 다른 가상 걸그룹 헌트릭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골든'(Golden)은 2위, '하우 잇츠 던'(How It's Done)은 8위에 올랐고 사자보이즈의 '소다 팝'(Soda Pop) 역시 10위를 기록하며 OST 수록곡 네 곡이 톱10에 진입했다. 단순 삽입곡이 아닌 독립 음악 콘텐츠로서 시장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앨범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8위에 올랐고 주요 수록곡들이 빌보드 '핫 100',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도 진입했다. 북미·유럽 양대 시장에서 모두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K-팝이 디지털 캐릭터와 세계관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가능성을 현실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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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의 반응도 흥미롭다. 영화 속 설정인 사라진 멤버·소속사의 운영 방식·그룹 간 서사 등을 바탕으로 팬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실시간 해석과 추론을 공유하고 있다. 이는 실존 아이돌 팬덤처럼 서사에 몰입하고 감정적으로 관여하는 방식으로, 현재 K-팝 소비가 단순 음악 감상을 넘어 세계관 기반의 서사적 소비로 확장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사자보이즈의 사례는 단순한 콘텐츠 성공을 넘어 K-팝이 기획사 중심에서 콘텐츠 IP 중심 구조로 옮겨가는 전환점을 상징한다. 실존 여부와 관계없이 몰입 가능한 세계관과 완성도 높은 음악, 글로벌 확장성을 갖춘 콘텐츠라면 팬덤 형성과 시장 진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사자보이즈는 지금껏 가상 아이돌이 넘지 못했던 서사의 깊이와 음악적 완성도를 모두 확보한 최초의 사례로 이들의 등장은 향후 K-팝 산업이 현실과 가상을 어떻게 융합해 나갈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