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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타이PBS 등 현지매체들에 따르면 미얀마 군사정권은 최근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에 "동티모르가 아세안의 원칙인 '내정 불간섭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오는 10월 열릴 아세안 정상회의가 소집될 때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에 대한 지지를 보류하겠다"고 공식 통보했다.
서로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내정 불간섭 원칙은 아세안이 처음 결성될 때부터 핵심 운영 원칙으로 자리잡았다. 전원합의 의사결정으로 유명한 '합의에 기반한 의사 결정' 원칙과 함께 아세안 고유의 운용 방식이자 전통으로 꼽힌다.
미얀마 군정이 문제 삼은 것은 동티모르가 민족통합정부(NUG)과의 교류다. 2021년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이끌던 민선정부를 전복시키자 민주진영 인사들은 임시정부 격인 NUG를 수립하고 군부와 맞서고 있다. 동티모르는 NUG 대표단과 회담을 열고 수도 딜리에 NUG의 연락사무소 개설을 허용하는 등 미얀마 민주화 투쟁에 대한 지지를 꾸준히 표명해 왔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동티모르가 지난 2023년 7월 사나나 구스마오 신임 총리가 이끄는 행정부 취임식에 진 마 아웅 NUG 외교장관을 공식 초대하는 등 NUG와 회동하자 같은 해 8월 자국 주재 동티모르 최고 외교관을 추방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군정은 "동티모르 정부가 미얀마 내정에 대한 정책을 바로 잡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보일 때까지 아세안 가입을 위한 모든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제 하무스 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은 "미얀마의 반대는 무의미하다"며 "가입은 이미 결정된 사안이며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 일축했다. 아세안 정상들은 지난 5월 정상회의에서 오는 10월 동티모르를 11번째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한 상태다.
조앤 린 웨일링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샤크 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미얀마 군정은 동티모르가 NUG의 연락사무소 개설 허용한 점 등을 자국 주권에 대한 직접적인 모욕으로 간주한다"며 "군부는 아세안 불간섭 원칙을 주장함으로써 이를 아세안 헌장 위반으로 규정하려 하고 있다"고 짚었다. 즉 군정이 '내정 불간섭 원칙'을 내세워 다른 회원국들이 동조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한편, 국내적으로는 국가의 주권과 존엄을 수호하고 있다는 명분을 쌓으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얀마의 반대가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을 무산시킬 수 있을진 의문이다. 이미 회원국들이 원칙적으로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에 합의한데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다른 회원국들도 NUG와 교류하고 회동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 탓에 미얀마 군정이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을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가입 자체를 무산시키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2002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동티모르는 독립 직후부터 아세안 가입을 추진해왔지만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경제력과 아세안에 참여할 수 잇는 제도적 역량에 대한 우려로 가입이 지연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