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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 자신감’ 하나은행… 시니어 생애주기별 라인업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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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07. 14. 17:52

이호성號 고객중심 비이자사업 강화
신탁 손익 회복세 1분기 520억 기록
은행권 첫 '금 실물'·내집 연금 출시
시니어타운·치매대비…전방위 관리
하나은행이 시니어시장 공략을 위해 강점인 신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약 10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시니어 산업 시장에서 신탁업은 연금, 상속, 증여, 후견 등 고령층의 다양한 금융 수요를 충족하는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이에 하나은행은 유언대용신탁과 역모기지론 등 시니어 고객의 생애주기에 맞춘 맞춤형 신탁 상품 라인업을 내세웠다.

이는 비이자 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이호성 행장의 경영 전략과도 일치한다. 이달로 취임 6개월을 맞은 이 행장은 그간 '고객 중심 사업모델 혁신'을 강조하며 신탁과 연금, 자산관리 등 WM사업 역량 강화에 힘써왔다. 1분기 하나은행의 이자이익은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감소했지만, 비이자이익은 40% 넘게 증가하며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하로 하반기 이자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리딩뱅크 경쟁에서 비이자이익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들도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하는 등 신탁 부문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행장은 하나은행만의 차별화된 신탁상품을 통해 업계 강자 자리를 굳히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올해 1분기 신탁 운용 잔액은 114조5793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74% 증가했다. 이는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1분기 신탁 관련 손익도 KB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520억원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하나은행의 신탁 손익은 2022년 535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로 496억원까지 줄었다. 이후 다른 신탁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손익 개선에 성공했다.

이호성 행장은 시니어 특화 신탁 상품에 집중하고 있다. 상당한 자산을 축적한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고령층으로 접어들면서 이들 세대를 중심으로 신탁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 더 넥스트' 브랜드의 다양한 시니어 상품과 서비스를 결합해 시니어 고객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자산 승계, 부동산, 금 투자 등 고객마다 다른 관심사와 생활 방식을 반영한 신탁 상품을 출시하면서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금융권 최초의 유언대용신탁 브랜드인 '리빙 트러스트'가 대표적이다. 상속 설계와 집행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치매 대비, 유산 기부, 시니어타운 입주 등 고령층의 생활 니즈에 맞춰 신탁 상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성과도 뚜렷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5대 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이 3조70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하나은행이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향후 리빙 트러스트를 가족 자산 보호 플랫폼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고령층 특성에 맞춘 특화 신탁 상품도 선보였다. 지난달에는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주택을 대상으로 한 '내집연금'을 출시했다. 하나생명과 협업을 통해 선보인 이 상품은 본인 주택을 신탁 방식으로 맡기면 하나생명이 매월 정해진 연금을 지급하는 역모기지론 방식이다. 금 실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금 실물 신탁'도 은행권 최초로 내놨다. 올해 들어 금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금을 통한 수익 실현을 원하는 고액자산 고령층을 겨냥한 상품이다. 8월에는 금 실물과 운용 수익을 함께 받을 수 있는 운용 신탁 상품도 출시한다.

9월부터 거점점포를 중심으로 ELS 판매가 재개되면서 하나은행의 신탁 성장세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수요층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권이 신탁제도를 통한 자산관리 서비스와 비대면 신탁 활성화를 새 정부에 제언한 만큼, 향후 신탁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신탁은 자산을 안전하게 설계하고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라며 "시니어 고객의 생애주기에 맞춘 자산 관리 서비스와 함께, 건강과 여가, 후견, 증여 등 다양한 시니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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