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간 관장직 고수하는 이해욱 DL그룹 회장의 미술 경영 1996년 대전서 문 연 한림미술관서 '젊은 문화의 아이콘' 디뮤지엄으로 백남준·이우환 등 소장품 선보이는 '취향가옥2'전 진행
대림미술관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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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 외관. /대림문화재단
DL그룹(옛 대림그룹)의 3세 경영인인 이해욱 회장은 재벌가 중에서도 특별한 행보를 걷고 있다. 2003년 대림미술관 관장직에 오른 이후 현재까지 22년간 자리를 지키며 직접 미술관 사업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가 회장이 직접 재단의 미술관을 운영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회장은 경복고를 졸업한 후 미국 덴버대를 거쳐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유학했다. 이 시기 음악과 미술을 전문가 수준으로 깊이 있게 공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어 현재도 전시 기획을 일일이 챙기며 직접 미술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해욱 회장은 모친인 한경진 여사로부터 대림미술관 관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의 자유분방한 성격과 강한 의지는 디뮤지엄의 실험적 프로젝트들이 자유롭게 창출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그는 재벌 미술관이 단순한 재벌가 부속 미술품 수장고라는 인식을 깨뜨린 주인공으로 평가받는다.
이해욱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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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욱 DL그룹 회장.
◇감각적이고 젊은 전시 "클럽 가듯 디뮤지엄 간다"
대림문화재단은 1996년 DL그룹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 기관이다. 재단의 역사는 1993년 대전에 문을 연 한림갤러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단은 1997년 한국 최초의 사진 전문 미술관인 한림미술관을 대전에 개관했다. 이후 2002년 5월 한림미술관을 서울 종로구 통의동으로 이전해 현재의 대림미술관으로 재개관했다.
대림미술관은 1967년부터 한 가족의 보금자리였던 건물을 프랑스 건축가 뱅상 코르뉴에 맡겨 전문적인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코르뉴는 파리 피카소 미술관 등의 레노베이션을 담당했다. 건축물 전면 파사드는 한국의 전통 보자기를 본 뜬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며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디뮤지엄 외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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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뮤지엄 외관. /대림문화재단
대림미술관은 특히 국내 미술관 최초로 관람객의 사진 촬영을 허용한 곳으로 알려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활성화되기 전인 2010년 영국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의 수집품 전시회에서 처음 사진 촬영을 허용했다. 관람객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발적으로 '인증샷'을 올리고 입소문을 내며 자연스럽게 마케팅의 주체가 됐다.
디뮤지엄은 대림문화재단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2015년 12월 용산구 한남동에 개관했다. 이후 2021년에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 인근으로 이전해 접근성을 높였다. 현재는 총 5400㎡ 규모로 5개 층으로 구성됐다. 전면은 유리 파사드로 마감됐다. 전시장 안에서 서울숲과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개방형 구조가 특징이다.
디뮤지엄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미술관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접근이다. 패션 브랜드와 협업, 감각적이고 젊은 느낌의 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젋은 층에 다가가고 있다. 실제로 '클럽에 가듯 디뮤지엄에 간다'는 말이 20, 30대들 사이에서 생겨날 정도다.
관람객에 사진 촬영 허용,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같은 혁신적 접근은 대림미술관과 디뮤지엄이 2030세대에게 사랑 받는 이유가 됐다.
일각에서는 대림미술관과 디뮤지엄이 미술사적으로 의미 있는 전시보다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대중적인 전시에 집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대중들이 어렵게만 생각하던 미술관의 문턱을 낮췄다는 긍정적 평가가 더 많다. 특히 디뮤지엄은 클래식 중심 기조에서 성공적으로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8_Nam June Paik, Happy Hoppi, 1995, (c) DAELIM CULTURAL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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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문화재단 소장품인 백남준의 '즐거운 인디언'. /대림문화재단
10_Lee Ufan, With Winds, 1992, (c) DAELIM CULTURAL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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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문화재단 소장품인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 /대림문화재단
◇백남준·피카소 등 작품 소장...'취향가옥2'전 내년 2월까지
대림문화재단은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백남준의 '사과나무'(1995), '즐거운 인디언'(1995), 이우환의 대작 '바람과 함께'(1992), '조응'(1993),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불완전한 회화'(1988), 김창열의 '물방울'(1979)과 '회귀'(1996), 파블로 피카소의 도자 작품 등이 대표적인 소장품이다.
디뮤지엄에서는 지난해 개관 10주년을 맞아 열렸던 '취향가옥' 전시의 시즌2가 진행 중이다. 이 전시는 가상의 미술 컬렉터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공개한다는 설정에 맞춰 미술품과 아트 퍼니처, 전통 공예 작품 약 800여 점을 전시한다. 층별로 나뉘어진 세 개의 공간은 각기 다른 분위기의 취향을 선보인다. 백남준, 이우환,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대림문화재단의 소장품들도 다수 나왔다. 전시는 내년 2월 22일까지.
04_Art in Life Life in Art 2, TERRACE HOUSE, 2025, courtesy of D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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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취향가옥 2' 전시 전경. /대림문화재단
05_Art in Life Life in Art 2, DUPLEX HOUSE, 2025, courtesy of D 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