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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 후보자 지명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린 것도, 현재의 건설경기와 부동산 시장 상황이 결코 단순한 결정을 허락하지 않는 엄중한 국면임을 방증한다.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 심지어 말 한마디에 따라 건설사들의 업황이나 집값이 출렁일 수 있는 만큼, 국토부 장관 인선에 깊은 고민이 따랐을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이제 바통을 이어받아야 하는 김윤덕 후보자의 어깨도 무겁다. 혼란스러운 건설·부동산 경기를 안정화해야 할 중대한 과제가 그의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사 등 시장의 이해관계자들은 새 장관이 정치적 편향이나 정략적 접근보다는 중립적인 자세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어느 한쪽의 입장만 대변하거나 '우리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상대 진영을 '심판'하는 식의 접근은 위기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결정으로 읽힌다. 김 후보자의 정치 이력은 여야를 아우르는 사회적 합의를 중심에 둔 행보가 적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국토부 수장인 박상우 장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출신으로, 주택정책 실무 능력을 중심으로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다. 전임인 원희룡 전 장관 또한 제주도지사 등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강한 메시지와 시장 개입에 무게를 뒀다.
반면, 김 후보자는 '19·21·22대'에 걸친 3선 국회의원으로, 학자나 관료가 아닌 정치인 출신이다. 건설·부동산 정책 측면에서 '비전문가'라는 평가도 있지만, 의원 시절 지역 균형발전과 공공성 강화를 주요 의제로 내세웠던 만큼,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균형발전 △광역 교통망 확충 △공공성 강화의 세 축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이 대통령이 대선 당시 최우선 과제로 강조한 국토 균형발전 공약, 즉 '5극 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구상을 현실화하는 데 김 후보자가 앞장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러한 구상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장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의견 수렴과 함께 때로는 결단력 있는 선택도 요구된다. 김 후보자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책무이자 과제다.
그간 우리 건설경기와 부동산 시장은 여야 간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한 드라마 속 대사처럼 "이러다 모두가 죽는다"는 절박함이 엄습하는 시기다. 이제는 누군가를 심판하려는 정책이 아니라 모두가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정한 운동장을 만들어줄 '주심'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