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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기자의 와이드엔터] 넷플릭스와 K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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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07. 20. 10:49

넷플릭스 2분기 매출 증대, '오겜3' '케데헌' 주도
상반기 최다 시청 25편 중 K콘텐츠 4편이나 포함
재주만 부리다 끝나는 상황 피할 묘수 고민할 때
오겜3 케데헌
넷플릭스가 지난주 발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 시즌3(왼쪽 사진)과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올 2분기 매출 증대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제공=넷플릭스
한국산 혹은 한국과 관련된 콘텐츠가 없었다면 넷플릭스는 도대체 뭘로 먹고 살았을지 궁금한 요즘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실적 보고서를 통해 "올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 증가한 110억7900만달러(약 15조4400억원)였다"며 지난 4~6월의 주요 성과로 '오징어 게임' 시즌3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을 콕 집어 제시했다.

또 함께 공개된 2025년 상반기 '시청 현황 보고서'에서는 최다 시청 시리즈 25편 가운데 '오징어 게임' 시즌1~3과 '폭싹 속았수다' 등 네 편이 한국산 콘텐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오징어 게임' 시즌2와 시즌3은 1억1700만·7200만 시청수(전체 시청 시간을 러닝타임으로 나눈 수치로, 사용자가 콘텐츠를 얼마나 오래 시청했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를 기록해, 나란히 2·3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이처럼 한국에서 만들어졌거나 한국 대중 문화를 소재로 한 콘텐츠들이 넷플릭스란 플랫폼을 타고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상황은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덩달아 아쉬움도 커지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특히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고 있으면 더욱 그렇다. 무당과 저승사자부터 K팝 아이돌까지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적 상징물들을 정교하게 재현하고 폭넓게 아우른 작품이 정작 해외 인력과 자본의 힘으로 만들어진 걸 지켜보며 부럽다 못해 '우리는 뭐했나' 싶어 살짝 배가 아팠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넷플릭스가 아니면 안될 것 같은 걱정, 즉 넷플릭스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현실 역시 장기적으로 봐선 우려할 만하다. 지금까지는 넷플릭스가 가성비 좋은 K콘텐츠 제작사에 비교적 넉넉한 수준의 예산을 보장하고 창작에 간섭하지 않는 등 너그러운 태도를 취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내일 당장 어떤 식으로 달라질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가성비 하락을 이유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의 투자 규모를 줄인다는 소문이 돌았고, 넷플릭스와 함께 일하는 몇몇 드라마 관계자들은 "넷플릭스가 관행을 무시하고 조단역 캐스팅까지 상명하달 식으로 좌지우지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어쨌든 넷플릭스의 올 상반기 흐름은 K콘텐츠가 아시아 특정 국가만의 대중 문화 상품에서 전 세계인의 보편적인 즐길 거리로 어느 정도 올라섰다는 걸 보여준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를 대하는 인식이다. 지금의 대외적 분위기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박수만 치고 있기에는 우리 업계가 처한 현실이 절박하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인정하지 않는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버는' 방식이 굳어지지 않도록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묘수를 찾아야 할 때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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