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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넷플릭스는 K-콘텐츠의 생존을 위협하는 플랫폼에서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발판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이는 가장 기본인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결과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차별화된 기획력으로 우리만의 콘텐츠를 개발해 승부수를 던진 전략이 적중한 것. 이에 힘입어 K-콘텐츠는 넷플릭스의 글로벌 인기 순위 상위권을 석권한 것은 물론 '오징어 게임'과 '킹덤' 등 다수의 메가 히트작까지 탄생시키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
내년 자유무역협정(FTA)로 인한 관세 철폐를 앞두고 있는 유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FTA에 따라 미국산(2026년 1월)·EU산(2026년 5월) 우유의 무관세 수입이 예고되면서 국내 유업계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국제물가 비교사이트 글로벌프로덕트프라이스에 따르면 한국의 1ℓ당 우유 가격은 2.49달러로 글로벌 평균(1.62달러)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가격 경쟁력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유업계는 무관세 우유 대응 전략으로 우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단백질·기능성 음료와 같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거나 커피·아이스크림·베이커리 등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등 사업 다각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기본 콘텐츠로 우유의 핵심인 고품질 원유로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다. 저가의 수입산 멸균우유가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유리할 지 모르나 멸균유와 살균유는 분명한 맛 차이가 존재하고 우유를 소비하는 고객들은 맛과 기능적인 측면까 지 세심하게 따지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만을 내세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우유는 신선도가 가장 중요하므로 결국 소비자들도 유통기간이 길고 세균 수 기준 등이 표기되지 않은 멸균유 보다는 고품질의 살균유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은 신선도와 원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와 함께 A2 우유와 같은 프리미엄 우유 생산 확대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A2 유전형질을 가진 젖소에서 분리·집유해 100% A2 단백질만을 함유한 A2 우유는 우유 섭취 후 소화 불편감을 겪는 사람도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A2 원유 중심의 제품 개발에도 힘써야 한다.
이제 수입 우유 무관세 시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사업 다각화 등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이럴 때 일수록 근본이 바로 서면 나아갈 길이 열린다는 '본립도생(本立道生)'의 정신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