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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청문회는 집권여당의 일방적 엄호, 제1야당의 검증불발로 정쟁뿐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슈퍼위크 첫 날부터 국민의힘의 대여 공세 팻말 퍼포먼스로 여야 간 충돌을 빚었고, 곳곳에서 산회 선포와 정회 등 파행을 빚었다. 이어진 청문회 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료제출 문제와 증인·참고인 채택을 두고도 첨예한 갈등을 보여 질의 시작 전부터 공방이 이어졌다. 통일부·기재부·과기부·외교부·복지부 등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같이 증인과 참고인이 한 명도 없는 청문회도 많았다. 여성가족부 청문회에선 증인 2명 중 1명만 출석했고, 갑질 의혹에 대해 규명할 핵심 인물이라는 전직 보좌관은 여당의 반대에 따라 무산됐다. 여느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후보자들에 대한 의혹들은 쏟아졌지만 당사자들은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며 피해갔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는 국민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주간조선이 전국 성인 11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TREND풍향계 조사(11~13일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결과에 따르면 '인청제도가 고위공직자 후보 검증에 충분히 효과적인가'라는 질문에 '효과적'이란 응답은 51%, '비효과적' 응답은 49%였다. 인청 문제점에 대해선 '후보 자료제출 미흡·해명불충분(39%)', '여야 정파적 대립·정치공방(27%)', '후보자 신상·도덕성 검증에 치중(19%)', '대통령실 인사검증 미흡(15%)' 등이 꼽혔다.
대통령 인사권 견제와 국민 앞에 정책능력을 검증한다는 취지로 2000년에 도입된 인청제도는 제도개선 요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헌법에 따르면 고위공직자 44인은 법률상 청문대상이다. 상임위가 청문회를 열고 그 경과를 본회의 보고하면 국회의장은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보낸다. 여야 이견이 있을시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은 이들을 임명할 수 있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청문회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특히 여당마저 한숨짓게 할 만큼 논란이 짙은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와 강선우 여가장관 후보자 임명에 대해 정부도 고심이 많은 모양새다. 이들은 보좌관 갑질, 논문 표절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의혹들로 도마 위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청문회 자리에서 위원들의 정책 관련 질의에 답하지 못하고 '컨닝페이퍼'에 의존하는 모습까지 보여 '전문성 결여' 비판도 나왔다.
당정이 강 후보자를 쳐내지 못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초기, 한 번 균열이 생기면 국정 동력이 꺾일 우려가 있다는 것. 또 여성 전문 인력도 적고 강 후보자에 대한 기대도 컸다는 평가다. 이밖에도 현직 국회의원 장관후보자의 '낙마제로' 기조를 거스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이대로 낙마될 경우 강 후보자는 3년 뒤 총선도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다.
전·현직 보좌진 1450여 명이 속한 익명단체 대화방에서 강 후보자 거취에 관련된 투표 시행한 결과에 따르면 약 92.7%가 낙마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또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을 검증했던 교수단체인 '범학계 국민검증단'도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국민 기대·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자들로 졸속 내각 구성된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그럼에도 국회 여가위 민주당 위원들은 "국민의힘은 국정 발목잡기를 중단하고 강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절차에 임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수괴의 비상계엄에 따른 인수위원회 없이 시작된 새 정부'의 내각구성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후보자들을 둘러싼 지적에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 한계를 주권자인 국민 앞에 한 번 더 검증하는 절차가 인사청문회다. 국민들은 더 이상 증인도 참고인도 자료도 없는 깜깜이 청문회를 '인수위 없이 시작한 새정부' 때문이라고 배려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