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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인청무용론…‘인수위 없는 政’ 핑계, 이젠 안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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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솔 기자

승인 : 2025. 07. 2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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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솔 정치부 기자
이재명 정부의 내각 구성을 위한 인사청문회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경과보고서 채택을 둘러싼 여야 간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청문회는 논란거리도 많았지만 특히 후보자들의 불성실한 태도에 대해 질타가 쏟아졌다. 그야말로 '보여주기식 청문회'였다는 비판에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커지고 있다.

이번 청문회는 집권여당의 일방적 엄호, 제1야당의 검증불발로 정쟁뿐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슈퍼위크 첫 날부터 국민의힘의 대여 공세 팻말 퍼포먼스로 여야 간 충돌을 빚었고, 곳곳에서 산회 선포와 정회 등 파행을 빚었다. 이어진 청문회 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료제출 문제와 증인·참고인 채택을 두고도 첨예한 갈등을 보여 질의 시작 전부터 공방이 이어졌다. 통일부·기재부·과기부·외교부·복지부 등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같이 증인과 참고인이 한 명도 없는 청문회도 많았다. 여성가족부 청문회에선 증인 2명 중 1명만 출석했고, 갑질 의혹에 대해 규명할 핵심 인물이라는 전직 보좌관은 여당의 반대에 따라 무산됐다. 여느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후보자들에 대한 의혹들은 쏟아졌지만 당사자들은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며 피해갔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는 국민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주간조선이 전국 성인 11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TREND풍향계 조사(11~13일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결과에 따르면 '인청제도가 고위공직자 후보 검증에 충분히 효과적인가'라는 질문에 '효과적'이란 응답은 51%, '비효과적' 응답은 49%였다. 인청 문제점에 대해선 '후보 자료제출 미흡·해명불충분(39%)', '여야 정파적 대립·정치공방(27%)', '후보자 신상·도덕성 검증에 치중(19%)', '대통령실 인사검증 미흡(15%)' 등이 꼽혔다.

대통령 인사권 견제와 국민 앞에 정책능력을 검증한다는 취지로 2000년에 도입된 인청제도는 제도개선 요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헌법에 따르면 고위공직자 44인은 법률상 청문대상이다. 상임위가 청문회를 열고 그 경과를 본회의 보고하면 국회의장은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보낸다. 여야 이견이 있을시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은 이들을 임명할 수 있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청문회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특히 여당마저 한숨짓게 할 만큼 논란이 짙은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와 강선우 여가장관 후보자 임명에 대해 정부도 고심이 많은 모양새다. 이들은 보좌관 갑질, 논문 표절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의혹들로 도마 위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청문회 자리에서 위원들의 정책 관련 질의에 답하지 못하고 '컨닝페이퍼'에 의존하는 모습까지 보여 '전문성 결여' 비판도 나왔다.

당정이 강 후보자를 쳐내지 못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초기, 한 번 균열이 생기면 국정 동력이 꺾일 우려가 있다는 것. 또 여성 전문 인력도 적고 강 후보자에 대한 기대도 컸다는 평가다. 이밖에도 현직 국회의원 장관후보자의 '낙마제로' 기조를 거스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이대로 낙마될 경우 강 후보자는 3년 뒤 총선도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다.

전·현직 보좌진 1450여 명이 속한 익명단체 대화방에서 강 후보자 거취에 관련된 투표 시행한 결과에 따르면 약 92.7%가 낙마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또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을 검증했던 교수단체인 '범학계 국민검증단'도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국민 기대·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자들로 졸속 내각 구성된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그럼에도 국회 여가위 민주당 위원들은 "국민의힘은 국정 발목잡기를 중단하고 강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절차에 임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수괴의 비상계엄에 따른 인수위원회 없이 시작된 새 정부'의 내각구성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후보자들을 둘러싼 지적에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 한계를 주권자인 국민 앞에 한 번 더 검증하는 절차가 인사청문회다. 국민들은 더 이상 증인도 참고인도 자료도 없는 깜깜이 청문회를 '인수위 없이 시작한 새정부' 때문이라고 배려하지 않을 것이다.
이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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