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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는 관련 계획을 잘 아는 관계자 17명과 인터뷰를 통해 16개국에서 공사가 중단되거나 취소된 21개의 프로젝트를 확인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문서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월 이후 수억 달러의 해외 원조 자금이 취소되면서,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은 땅만 파놓은 채 철수했고, 건축 자재는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해체하며 식량 및 의약품 등의 인도적 지원까지 중단시켰다. 이에 따라 구호 물자가 창고에 방치됐고, 세계 곳곳의 인도적 지원이 혼란에 빠졌다.
아프리카 말리에서는 학교와 보건소에 식수를 공급할 예정이던 급수탑이 방치됐고, 네팔에서는 100개 이상의 식수 공급 시스템 공사가 중단돼 배관 자재와 시멘트 6500포대가 지역사회에 그대로 남아 있다.
레바논에서는 수도 서비스용 태양광 설비 사업이 취소돼 약 7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관련 지역 서비스 개선 계획도 중단됐다.
케냐에서는 USAID가 5년간 1억 달러 규모로 15만 명에게 식수 및 관개 시스템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지만, 지난 1월에 계약업체와 직원들은 작업 중단을 통보받았다. 타이타타베타 지역 주민들은 절반만 완공된 관개 수로로 인해 홍수 위험이 오히려 더 커졌다고 말한다.
의학 저널 '란셋'(Lancet)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원조 삭감으로 2030년까지 추가로 1400만 명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미국의 연간 해외 원조 예산 610억 달러(약 84조 8270억 원) 중 수자원 관련 사업 예산은 4억5000만 달러(약 6257억 원)로, 전체의 0.73%에 불과했다.
트럼프가 재선되기 전까지 수자원 프로젝트는 미 정가에서도 큰 논란이 없었다. 2014년에는 관련 예산을 두 배로 늘리는 법안이 상·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하기도 했다.
수자원 사업은 펌프, 수로, 화장실 등 인프라를 구축해 수천만 명의 삶을 개선해 왔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어린이들이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할 가능성을 줄이고, 소녀들이 머리에 물동이를 이고 다니는 대신, 어깨에 책가방을 메고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게 한다.
USAID의 기능을 넘겨받은 미 국무부의 마코 루비오 장관은 앞으로 미국의 해외 지원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