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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배경 속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임명은 이런 분위기를 바꿀 전환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방위원장을 역임하며 누구보다도 군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물, 오랜 입법 경험을 통해 국방과 안보의 현안을 정확히 짚어온 전략가로서 안 장관에게 거는 기대는 결코 작지 않다.
◇ 병영 재건, 정직한 소통에서 시작된다
지금 군에 필요한 것은 정직한 리더십이다. 안규백 장관이 국방부 수장으로서 첫걸음을 내딛는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위축된 군의 사기를 되살리는 일이다. 상명하복의 문화로 대표되던 병영은 시대에 맞는 유연성과 공감을 요구받고 있다. 장병들은 이전과 다르게, 공정한 절차와 인간적 존중을 기대하며 복무에 임하고 있다.
장관의 역할은 단지 정책을 지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병사 한 명, 간부 한 명의 목소리를 듣고 이해하려는 진정성이 바로 군의 신뢰 회복의 첫 단추다. 익명 면담 확대, 병영 현장 방문의 일상화, 실효성 있는 고충 처리 시스템 강화 등 구체적인 실행이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군이 국민의 군대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확고한 답을 주는 일이다. 정권의 도구가 아니라 헌법에 충실한 조직이라는 확신을 안보 현장에서, 장병들의 일상 속에서 실감할 수 있어야 한다.
◇ '정치적 중립'의 군, 다시 서야 할 때
12·3 사태의 본질은 단지 한 문건의 유출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국민이 군을 바라보는 신뢰의 눈길이 무너지는 계기였다. 군의 정치적 중립성은 헌법이 정한 기본 원칙이며, 그 원칙이 흐려질 때 군은 정체성을 잃는다. 장관은 누구보다 이 점을 통렬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안규백 장관은 군의 정치적 중립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책무가 있다. 외풍을 차단할 법적 장치와 더불어, 병사들 스스로도 헌법적 사명을 자각하도록 하는 교육 시스템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군인의 소신과 양심이 '충성'이라는 이름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지휘체계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 병영 복지의 혁신, 장병 사기 진작의 열쇠
병영의 신뢰 회복은 곧 장병의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병사 개개인의 인권과 복지는 단순한 처우 개선을 넘어 전투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안 장관은 '사람 중심' 국방 정책의 실행자로서, 급여 인상과 교육, 심리상담, 전역 후 사회 연계 지원 등을 구체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자기계발 기회 제공, 민간자격 취득 연계, 스마트 병영 플랫폼 도입 등은 이미 제시된 방향이며,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결단이 중요하다. 군 복무를 인생의 단절이 아닌 성장의 과정으로 인식하도록 병영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 수박 한 통이 던지는 국방 리더십의 메시지
사기를 되살리는 데는 의외로 단순한 제스처가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7월 말 찌는 무더위에 연일 자주국방의 의무를 묵묵하게 수행하는 장병들에게 시원한 수박 한 통씩 돌리시면 어떨는지?" 제안을 드리고 싶다.
정책보다 감동이 마음을 움직인다. 전방 초소의 수박 한 통은, 장관이 병사의 고통을 알고 있다는 가장 단순하고도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때로 정치는 숫자로 움직이지만, 국방은 사람으로 완성된다. 안규백 장관은 그러한 리더십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 국방개혁, 지금이 기회다
정치와 국방, 외교와 안보가 복잡하게 얽힌 시기다. 그러나 동시에, 지금은 대한민국 국방이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이룰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국방외교와 K-방산 수출을 연계한 군사외교의 확장, 청년 세대의 병역 인식 개선, 국방 R&D의 민군 융합 등 안 장관이 손댈 수 있는 개혁 과제는 명확하다.
우리는 위기의 순간마다 적재적소의 리더십이 국운을 좌우하는 것을 목격해 왔다. 지금, 안규백이라는 이름은 대한민국 국방의 중대한 갈림길에서 묵직한 책임을 부여받고 있다.
안규백 장관에게 바란다. 병사의 이름으로, 국민의 이름으로, 그리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헌신의 이름으로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결단을 기대한다. 대한민국 군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강하면서도 따뜻한 리더십을 발휘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