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한달치 비 닷새간 쏟아지기도
지구온난화 심화속 수온 상승 가속
기록적인 폭염·기습 폭우 무한반복
기상이변 경보 없이 재난으로 찾아와
김해동 교수 "기후변화 예측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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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전날까지 일최고기온 평균은 31.6도로, 평년보다 3도 높다. 또 올해는 6월부터 이례적으로 이른 더위가 시작돼 폭염일 역시 길다. 지난달 1일부터 전날까지 폭염일수는 13.3일로 평년보다 9.6일 많다. 특히 전날에는 서울 낮 최고기온이 38도를 기록하며 7월 기준 역대 네 번째로 높은 기온을 보였고, 경기 안성 등은 한낮 기온이 40도를 웃돌았다.
올해는 초여름부터 이례적인 폭염이 이어지며 '평범한 더위'가 없는 여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평균기온은 22.9도로 역대 6월 기록을 갈아치웠고, 이달 8일 서울 낮 기온은 37.8도까지 오르며 118년 만에 7월 상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여름도 전국 평균 기온과 열대야 일수 등에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올해는 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일평균기온, 일최고기온, 일최저기온 평균은 모두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폭염일과 열대야일은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극한 폭염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꼽는다. 지구 표면과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이는 여름철 폭염을 유발하는 아열대 고기압을 강화하는 '에너지원'이 된다. 실제로 올해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이례적으로 견고하게 자리 잡으며 폭염이 길어졌다.
기록을 봐도 국내 폭염은 점차 길어지는 추세다. 1991∼2000년과 2011∼2020년 각 10년을 비교해 보면, 첫 폭염 발생일은 6~7일 빨라졌고 마지막 발생일은 1~2일 늦어졌다. 연간 폭염일수는 2018년 처음 30일을 넘긴 데 이어 지난해에도 30.1일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서쪽의 티베트 고기압까지 겹쳐 한반도를 이중으로 덮는 구조가 형성되면 40도를 넘는 '역대급 더위'가 더 잦아질 수 있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폭염연구센터장은 "지구와 해수면 온도가 지금처럼 올라가면 100년 안에 국내 연평균 폭염일수는 최대 70.7일, 열대야는 최대 21배까지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폭염뿐 아니라, 폭우 역시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로 강도를 키우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반도 여름 기후는 극단적인 폭염과 집중호우가 짧은 주기로 반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도 지구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고위도와 저위도의 기온 차가 줄고, 이로 인해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제트기류의 힘이 약해지면 찬 공기를 동반한 절리저기압이 남하해 아열대 고기압과 충돌하고, 이 과정에서 '선형 비구름대'가 만들어진다. 선형 비구름대는 길게 늘어선 형태로 좁은 지역에 머무르며 짧은 시간 동안 집중호우를 쏟아붓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선형 비구름대에 따른 국지성 집중호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 6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시간당 30㎜ 이상 폭우가 발생한 횟수는 2020년 25회에서 2023년 89회까지 급증했고 올해도 64회를 기록했다. 지난 16일에도 절리저기압이 기습적으로 남하하면서 닷새간 전국에 최대 800㎜ 이상의 비가 내렸다. 남부와 제주 지역 장마가 평년보다 빨리 끝났지만, 이후 예상치 못한 폭우가 다시 쏟아진 배경이다.
특히 절리저기압이 남쪽에 오래 머물면서 좁은 비구름대가 유지돼 단 5일 만에 한 달 치 강수량이 쏟아졌다. 충남 서산(438.9㎜), 광주(426.4㎜), 전북 순창(332.1㎜) 등 전국 13곳은 7월 기준 일일 강수량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보다 폭우 빈도는 적었지만, 피해 규모는 올해가 더 컸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지구 온난화와 수온 상승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에 무더위는 필연적으로 강해진다"며 "대류 불안정에 의한 집중 폭우가 계속 많아지는데, 이는 우연의 영역인 경우가 많아 예측할 수가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