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현 순직해병 특검팀은 29일 조태용 전 국정원장을 소환 조사했습니다. 조 전 원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입니다. 'VIP 격노설'의 핵심 증인이기도 합니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도 홍정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사직을 강요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혐의로 조 전 원장을 조사 중입니다.
전임 국정원장이 '적폐청산'의 표적이 되는 현실은 국정원이 얼마나 정치적 도구로 이용돼 왔는지 보여줍니다. 문제는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원의 수장이던 서훈·박지원 전 원장과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장 3인방(남재준·이병호·이병기) 모두 정권 교체 후 기소 또는 구속됐습니다. 정치적 중립을 저버린 자신들의 과오가 이를 초래했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는 방안 역시 지지부진합니다. 국정원이 12·3 비상계엄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국회는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며 '국가정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축소해 정치에 개입할 여지를 없애야 한다는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2개월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사가 진행되던 2016년 12월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논의됐으나 폐기됐습니다.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은 국가 안보의 근간입니다. 국정원장은 특정 정치 세력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국민의 '안보'와 국정원의 '지속성'이란 관점에서 모두에게 필요한 방향입니다. 권력의 입맛에 휘둘리고 이용당하는 순간 정보기관의 본질은 무너지고 국가 안보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합니다. 단순한 법 개정에서 더 나아가, 정치적 간섭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 마련이 시급합니다. 국정원이 진정 국민과 국가를 위한 기관으로, 권력의 시중이 아닌 국가 안보의 든든한 수호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