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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 부과 사흘을 앞둔 우리 정부 전략은 그야말로 '올코트 프레싱(전면 강압 수비)'이다.
지난 24일 미국측의 회의 취소 통보로 출국 1시간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발길을 돌린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다시 방미길에 올라 협상단에 합류한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미 일주일 전부터 미국에 머물며 협상 파트너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날 워싱턴으로 출국하는가 하면 전날인 28일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긴급 방미길에 올랐다. 반도체·조선 기업 수장이 대미 협상 지원을 위해 방미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상황이 긴박하다.
협상 상대국에 막대한 부담을 지우고 관세를 깎아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내민 조선업 카드에 얼마나 큰 비용과 양보를 요구할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미 조선업 협력 카드는 장기적으로 한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현지 시장 확장에 나섰고, 지난 3월 미 해군 함정 윌리 쉬라의 정비를 성공적으로 마쳐 추가 수주 기반을 닦았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미국이 원하는 모든 지역에서 MRO(유지·보수·정비)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할 만큼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만큼 미국 시장은 우리 조선업 성장에 필수다.
한국이 일본·EU처럼 15% 상호 관세 성적표를 받아든다면, 다른 나라와 동일한 조건에서 미국 조선업 진출 카드를 받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미국은 오는 2037년까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상선, 해군 함정 등 최대 448척의 선박 발주를 계획하고, 한국은 조선업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미국 시장이 절실하다. 우리의 '마스가 승부수'가 미국의 고관세를 잠재우고, 한·미 양국 조선업을 모두 살리는 묘안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