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친화적 컨템포러리 미술관...젊은 작가 후원의 전진기지 역할도
현대미술가 옥승철 첫 대규모 개인전 선보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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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롯데문화재단 출범은 롯데의 사회공헌이 장학사업에서 문화사업으로 확장되는 전환점이었다. 신동빈 회장이 사재 100억 원을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롯데콘서트홀, 2018년 롯데뮤지엄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상업시설 중심이던 잠실에 세계 수준의 현대미술 전시장(롯데뮤지엄),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롯데콘서트홀), 뮤지컬 전용 공연장(샤롯데씨어터)으로 구성된 '아트 트라이앵글'이 완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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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의 예술 후원 철학은 명확하다. "한국이 샤넬과 루이비통 같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키우려면, 젊은 현대미술 작가를 지원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전시 공간 확보와 작가 후원에 나선 것이다.
이는 2021년 김정기 작가의 '디아더사이드' 전시에서 구체화됐다. 국제적 명성에 비해 국내 개인전이 없던 김정기의 드로잉·회화·영상 2000여 점을 공개한 이 전시는 단순 전시를 넘어섰다. 롯데 계열사들이 그의 작품을 친환경 파우치, 카드지갑, 머그컵 등에 직접 활용하며 '예술의 일상화'를 실현한 것이다.
올해 4월에 열린 '아뜰리에 가나: since 1975 - 행복은 초콜릿으로부터' 전시는 롯데뮤지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이 전시는 1963년, 신격호 창업주가 스위스의 최고 초콜릿 기술자에게 "제품이 아닌 예술품을 만들어 달라"고 의뢰해 탄생한 가나 초콜릿의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장 벽에 새겨진 창업주의 말처럼, 초콜릿 향이 감도는 공간에서 '제품이 아닌 예술'이라는 창업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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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6위 마천루에 위치한 미술관이라는 독특함은 작품 창작에도 영향을 미친다. 2019년 방한한 세계적 일러스트레이터 제임스 진은 롯데월드타워를 보고 '잭과 콩나무'를 떠올리며 '디센던츠-블루우드'를 창작했다.
1320㎡ 전시공간은 조병수 건축가의 설계로 층간 높이를 3m에서 5m로 올려 실제보다 훨씬 넓게 느껴진다. 전시마다 작품 특성에 맞춰 가벽을 재구성해 완전히 다른 동선을 제공하는 것도 롯데뮤지엄만의 특징이다.
롯데뮤지엄은 내부적으로 관장 직책을 따로 두고 있지는 않으며, 롯데문화재단 김형태 대표가 전체적인 방향성과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실질적인 전시 기획과 프로젝트는 전시사업팀이 주도해 운영 중이다.
개관전 댄 플래빈의 '위대한 빛'부터 장 미쉘 바스키아, 다니엘 아샴까지, 롯데뮤지엄은 '대중 친화적 컨템포러리 미술관'으로서 거장과 동시대 작가들을 아우르는 전시를 선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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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15일에는 '옥승철: 프로토타입' 전시가 개막한다. 포스트 디지털 시대 '원본성'을 탐구해온 옥승철 작가의 첫 대규모 개인전으로, 더 이상 단일한 원형이 아닌 끊임없이 복제·변형되는 이미지의 상태를 80여 점의 작품으로 시각화한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감각되고 구성되는지를 묻는 이 전시는, 롯데뮤지엄이 제시하는 현대 미술의 새로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는 9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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