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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사람·자연 공존 생태도시 지향 ‘지방도시 대전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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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나현범 기자

승인 : 2025. 08. 04. 09:28

전봇대 철거로 생태·경제 모두 살린 순천의 기적
흑두루미 위한 혁신에 이어 인간 위한 도시공간 혁신
순천만습지를 찾는 흑두루미들
순천만습지를 찾는 흑두루미들. /순천시
오래전부터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도시를 지향해온 전남 순천시가 사람과 기업 모두 머물고 싶은 도심 속 정주환경 조성으로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항할 지방도시 대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순천시는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의 안전한 월동을 위해 획기적인 결정을 내렸다. 매년 순천만을 찾는 흑두루미와 철새들이 전깃줄에 걸려 다치거나 폐사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순천만습지 주변 농경지 일대의 전봇대와 전선을 대대적으로 철거하는 생태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시는 282개의 전봇대와 1만 2000m에 달하는 전선 철거와 흑두루미와 철새들이 안전하게 서식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섰다. 이는 국내외에서 '철새를 위해 전봇대를 제거한 세계 최초 사례'로 주목받았으며, 전봇대 철거 전 167마리에 불과했던 흑두루미 개체수는 순천시의 꾸준한 습지 복원 노력과 친환경 농법 전환 등에 힘입어 2024년 기준 7600여 마리까지 급격히 증가했다.

4일 시에 따르면 순천만은 국내 최대의 흑두루미 월동지로 자리 잡아 2024년 기준 420만 명의 생태관광객을 끌어모으며 지역경제를 든든히 떠받치게 됐다. 17년 전 순천이 생태보전을 위해 뿌린 볍씨가 지역 경제 선순환이라는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2008년 노관규 순천시장이 흑두루미 서식지보호 행사에서 전봇대 전선을 자르고 있다
지난 2008년 노관규 순천시장이 흑두루미 서식지보호 행사에서 전봇대 전선을 자르고 있다. /순천시
순천시는 흑두루미가 머무는 생태적 공간만큼이나,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공간 역시 혁신이 필요하다고 보고 최근 송전선 지중화 사업을 통해 도시 경관을 정비하고 생태도시 이미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시는 지난달 11일 해룡면 상삼사거리~왕지2지구까지 이어지는 6㎞ 구간의 송전선 지중화를 위한 지하 매설구간 공사를 완료했다. 2026년 7월 최종 사업이 완료돼 공중에 얽히고설켜 있던 전깃줄이 사라진다면 시민들의 안전감이 높아지고, 도시 전체의 미관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선 지중화 사업은 도심 미관 개선, 안전사고 예방, 재해 피해 최소화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2023년 기준 지중화율이 서울 62%, 인천 47%, 전남 9.3%, 경북 7.8% 등으로 조사되는 등 수도권과 지역 간 편차가 매우 큰 상황으로 , 지중화 예산의 50%를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도시 미관, 안전 문제에서 열악한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순천시는 추후 도시재생, 습지복원 등의 사업과 연계해 도심권 전선 지중화 비율을 높여가고, 쾌적하고 안전한 정주여건 조성에 꾸준히 투자할 방침이다. 이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과 관계인구(생활인구) 확보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인구, 생산성 등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 같은 현상에 대응할 만한 곳은 남해안벨트뿐"며 "순천은 지방 분산에 따른 변화를 수용하기에 최적인 도시로, 출산부터 양육, 일자리, 문화와 정주여건까지 젊은 세대가 기꺼이 수도권을 포기하고 선택하기에 충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나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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