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의 총량 목표 설정보다 거시건전성 안정 유지 목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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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이 5일 내놓은 '인구구조 변화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주제의 보고서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기대수명이 1세 증가할 때 약 4.6%포인트(p) 증가하는 반면, 청장년층 인구(25~44세) 비중이 1%p 감소하고 65세 이상의 고령층 인구 비중이 1%p 증가하면 약 1.8%p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수준은 여타 주요국에 비해 높다. 국제금융협회(IIF) 통계 기준으로 올해 1/4분기 말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3%에 육박한다. 이는 스위스(125.8%), 호주(112.0%), 캐나다(100.4%), 네덜란드(91.9%)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시계열의 특징은 IMF 외환위기 직후와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1990년대 후반부터 뚜렷한 등락 없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는데, 보고서는 연령대별 이질성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가계의 자산은 금융자산과 실물(주택)자산으로 나뉘는데, 금융자산은 거래가 간편하고 비용이 낮은 반면, 주택자산은 거래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고령층은 주택 보유 비율이 높고, 청장년층은 상대적으로 낮다. 잔여수명이 짧고 이미 주택을 보유한 중고령층은 거래비용이 큰 주택자산보다는 금융자산 위주로 자산을 추가 축적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금융자산의 수요를 높이고 자금 공급의 확대를 야기해 결과적으로 금리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청장년층의 일인당 부채는 증가한 반면, 고령층의 일인당 부채는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난 20년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증가의 대부분은 기대수명 증가로 설명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대수명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는 가운데, 신규 부채 수요가 집중되는 청년층의 비중은 감소하고, 축적된 자산을 소모하며 소비를 유지하는 고령층의 비중은 증가하는 구조적 변화에 따라 오는 2070년 가계부채 비율을 현재보다 약 27.6%p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일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 자금 흐름을 과도하게 제약하기보다는 차주의 상환능력 평가와 금융기관의 거시건전성 유지를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가계부채 관리 정책은 임의의 총량 목표를 설정하는 것보다 차주의 상환능력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책 당국은 DSR의 예외 조항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필요가 있으며, 예외 인정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엄격한 상환 능력 평가 기준을 동반하고, 대출 목적 및 상환구조에 따라 리스크 기반 차등 적용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중장년층이 퇴직 후 소득이 낮고 불안정한 일자리에 몰리는 점도 자산 축적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직무 · 성과 중심의 유연한 임금체계 도입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