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등 배우들 열연 덕분…고양이도 호연"
"원작 웹툰의 주제와 톤 앤 매너 고수하려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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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姓)처럼 흥행에 대한 '필'(feel)이 왔던 것일까, 지난 달 30일 베일을 벗은 '좀비딸'은 5일까지 일일 박스오피스 정상을 독주하며 상영 엿새만에 200만 고지를 훌쩍 넘어섰다. 200만 관객 동원까지 걸린 기간만 놓고 보면 올해 상영된 국내외 영화들 가운데 최단기간 기록으로, 1000만 흥행작 '서울의 봄'과 같은 흥행몰이 속도다.
2021년 선보였던 장편 데뷔작 '인질'에 이어 10부작 드라마 '운수 오진 날'까지 스릴러 장르에 집중해 온 감독이 코미디 장르인 '좀비딸'에 시쳇말로 '꽂혔던' 이유는 실제 가정 생활과 무관하지 않다. "'인질' 이전에도 코미디로 데뷔를 준비한 적이 있어 코미디가 낯설진 않았어요. 원작인 웹툰을 보고 '사랑하는 사람, 그것도 하나 뿐인 딸이 좀비로 변해도 가족으로 계속 지낼 수 있을까'란 질문에 반했죠. 그런데 왜 이토록 감정 이입이 잘됐나를 생각해 봤더니 중학교에 다니는 딸 덕분이더라고요. 딸이 지금 사춘기를 거치고 있어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인데, 좀비가 된 딸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영화속 아빠 '정환'(조정석)처럼 딸의 사춘기를 그 자체로 인정하는 게 중요하겠다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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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절대적인 힘이 돼 준 주인공은 단연 조정석이었다. 슬프지만 유쾌하게 위트와 페이소스를 오갈 수 있는 배우는 국내에서 조정석이 유일하다는 믿음으로 처음부터 캐스팅을 염두에 뒀던 그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이거 나잖아"란 반응을 보였다는 얘기에 뛸 듯이 기뻤다. 필 감독은 "2000년대 초반 '스프링 어웨이크닝'이란 뮤지컬을 보고 당시 주연을 맡았던 조정석에게 반해버린 뒤 오랫동안 팬심을 지니고 있었다"며 "함께 일해보니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리듬감이 충만하고 어디를 건드려도 좋은 음이 나오는 잘 튜닝된 악기 같았다"고 귀띔했다.
이정은·윤경호·조여정의 가세와 열여섯 최유리의 사랑스러운 좀비 변신이 조정석의 '원톱' 부담감을 덜어준 가운데, 극중 반려묘 '애용이' 역을 연기한 고양이들의 대활약도 촬영장의 화젯거리였다. 모두 네 마리의 고양이가 동원됐는데, 이 중 '금동이'란 이름의 고양이는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범한 성품과 능청스러운 연기력으로 컴퓨터그래픽(CG) 비용을 아끼는데 절대적인 공을 세웠다.
"인간이고 동물이고 모두가 너무 연기를 잘해줘 활영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나만 잘하면 될텐데 혹시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란 불안감도 가끔씩 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원작을 꺼내 보며 원작의 주제와 톤 앤 매너를 잃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우리 영화가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는다면 원작이 지닌 힘과 배우들의 멋진 연기 화음에서 비롯된 결과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