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폭행죄로 솜방망이 처벌 그쳐
"국회서 관련 법안 빨리 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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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10일 교제 폭력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매뉴얼을 제작했다. 지난달 대전에서 20대 남성이 전 여자 친구를 살해한 사건 등에서 경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자 내놓은 대책이다. 당시 경찰은 사건 발생 한 달 전에 피해자에게 신고를 받았는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받고 수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5월 경기 화성 동탄에서 전 연인에게 살해된 30대 여성도 신고와 처벌불원 의사를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애를 먹다가 참극이 벌어졌다.
이를 막기 위해 경찰은 피해자가 신고만 한다면 가해자를 형사 입건하기로 했다. 신고 행위 자체를 처벌 의지로 판단해,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겠다는 조항(반의사불벌죄)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또한 일회성 폭행에도 가해자, 피해자를 분리하는 긴급응급조치(100m 이내·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를 하기로 했다. 경찰은 연인 간 범행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의 매뉴얼은 임시책일 뿐, 관련 법이 없다. 이렇다 보니 양형 기준조차 없어 일반 폭행죄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정도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최대 징역 5년형이 내려지는 스토킹 범죄와는 다르다. 똑같은 관계성 범죄인데 달리 처벌되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매뉴얼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그래야만 피해자들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고, 실제 제대로 된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법안이 꾸준하게 발의됐지만, 번번이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현재도 3건의 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심도 있는 논의 과정을 거쳐 반드시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교제 폭력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수사관들 입장에선 여러 모로 혼선이 생길 수 밖에 을 것"이라며 "국회에서 공론화를 통해 법안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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