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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범사에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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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08. 12. 11:20

모든 고등 종교가 추구하는 덕목 '감사함'
우리사회 '감사'의 가치 상실, 우울·분노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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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교회 성 니콜라스대성당 내부 모습.기독교를 비록한 모든 고등 종교가 강조하는 덕목 중 하나는 감사함이다./사진=황의중 기자
황의중 기자의눈
모든 고등 종교가 강조하는 덕목 중 하나는 '감사함'이다. 특히 어떤 처지든지 감사하라는 '범사(凡事)에 감사하라'는 구절이 자주 언급된다.

이는 신약성경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18절에 나오는 구절이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사도 바울이 데살로니가 교회 성도들에게 바람직한 신앙생활을 제시하면서 하는 당부다.

사도 바울은 어떤 처지든지 감사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까지 말했다. 이는 그만큼 감사함이 영성 생활에 있어서 중요하단 뜻이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기독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원불교는 천지·부모·동포·법의 은혜를 말하고 불교는 모든 중생이 상호 관계 속에 의지함을 깨달을 때 나오는 보리심(자비심)을 말한다.

깊은 신앙심을 가진 사람과 유물론적인 사고에 젖어있는 사람의 차이는 늘 감사할 수 있는가 여부다. 가톨릭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비롯한 수도회 신부들이나 동남아 밀림 속 수도승은 늘 감사함을 갖고 산다. 그러기에 그들은 무소유지만 삶이 충만하다고 말한다. 필자가 만난 훌륭한 종교인들은 공통적으로 감사가 생활화돼 있었다.

고등 종교와 사이비 종교를 구분하는 가늠자도 바로 이 감사함이다. 고등 종교의 감사함은 일상 속 소중함에 따른 감사다. 사이비 종교에서는 진정한 감사가 없다. 공포에 굴복한 노예의 도덕이 존재하거나 탐욕을 충족하는 순간 얻는 짧은 쾌감뿐이다. 사이비 종교에서는 입으로는 은혜와 은총을 팔지만, 굶주린 아귀와 같은 갈망만 자극한다. 왜일까. 사이비 종교는 속성상 신자들이 충만함을 얻으면 안 된다. 늘 결핍이 있어야 하고 의존적이어야 한다. 사이비 종교가 마약과 같은 이유다.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기 힘든 일이다. 한국사회는 물질적으로는 해방 이후 가장 높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정신과 마음은 20~30년 전보다 못한 것 같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위의 자살률은 이미 뉴스거리도 아니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삶은 필연적으로 분노와 우울함이 따라붙는다. 외부로 시선을 돌려서 채워보려고 하지만 마음속 구멍은 감사함을 느낄 때만 메워진다.

불교 경전인 초발심자경문에서는 '사흘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고 백 년 동안 모은 재물은 하루아침의 이슬(三日修心千載寶 百年貪物一朝塵)'이라고 경고했다. 마태복음에 따르면 영생을 구하는 청년에게 예수그리스도는 물질 대신 하나님을 추구할 것을 강조하면서 그 유명한 구절인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당부했다. 닦은 마음이나 하나님을 구하는 마음 모두 '감사함'을 낳는다. 이런 말을 하면 감사할 일이 뭐 있냐며 투덜거리는 이들이 있다. 감사할지 말지는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진정으로 행복하길 원한다면 감사함부터 구하자.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평소 생활에서 감사하는 습관 들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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