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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은 'The Square Mile: Future City 2021'라는 도심계획을 통해서 역사문화자원 및 경관을 보호하면서, 도심 지역에 업무, 상업·문화, 주거 등 다양한 기능의 복합개발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동경은 황궁 주변의 고도를 최고 31m로 엄격히 제한하다가, 2000년 이후 황궁 옆의 높이는 100m, 거리가 멀어질수록 200m까지 허용하는 사발형(bowl-shaped) 스카이라인 개념으로, 문화재와 현대 도시의 합리적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3년 '서울도심 기본계획'을 개정하면서, 역사문화자원을 보호하면서 새로운 도심기능을 강화하는 선진도시들의 최근 정책 방향을 반영한 계획을 수립했다.
계획의 비전은 '매력있는 도심', '활력있는 도심' 조성이고, 세부 전략으로 '녹지생태 도심', '역사문화 도심'의 조성과 '미래성장 도심', '직주복합 도심'을 조성해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도심 조성이다.
이에 맞춰 2024년에는 '세운지구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했다. 세운상가와 그 주변지역은 도심내 대표적 낙후지역으로, 2014년에 도시재생 개념의 소규모 수복형 정비계획이 수립됐지만 작은 필지와 블록 내부의 차량 접근의 어려움으로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새로 수립된 '세운지구 촉진계획'은 종로-퇴계로에 이르는 대규모 녹지축과 일자리, 주거, 문화가 함께하는 매력적인 도심 공간을 조성하고자 한다. 준공된 지 60년 가까이 된 세운상가 건물군은 철거하고, 중앙에 종묘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폭 64m, 길이 약 1㎞의 남북 녹지경관축을 조성한다.
또한 주변 블록과 연계해 100만㎡ 이상의 도심업무지구와 도심형 주거, 생활 SOC시설과 함께 공연장 등 문화거점을 조성하는 계획이다. 지상에 확보되는 공원녹지 면적은 경의선 숲길의 약 4배에 달하는 13만6000㎡인데, 녹지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 높이를 완화하여 적정 용적률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이 계획에서 종로변에 면한 세운 2블록과 4블록의 최고 높이가 이슈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4블록의 경우에는 종묘 경계에서 173m, 종묘 정전에서 510m 떨어져 있고, 도시재생 개념에 입각한 개발을 전제로 종전의 세운상가 높이인 낮은 높이로 국가유산청과 협의가 마쳐진 상태인데, 이 높이로는 남북녹지축 확보와 복합 개발을 담아내는 데에 한계가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에서의 경관을 지키면서 개발하기 위해서는 문화유산으로부터 이격거리 100m 이내에 적용하는 앙각 27도 높이 규정을 100m 밖에 있는 세운2·4구역까지 연장해 적용하는 등 새로운 높이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가 필요한 시기이다.
문화재 정책은 그동안 '유산보호' 위주로 획일적이고 경직되게 규제돼, 때로는 국제도시 서울의 도심 기능 강화라는 면에서는 제약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문화재와 현대 도시의 매력이 공존하는 대도시의 도심 정책 변화를 고려해서 서울시와 많은 전문가들이 논의를 통해서 수립한 세운지구의 높이 기준과 같이, 문화재도 보호하고 도심 기능도 강화하는 합리적 공존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