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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의 현장정치] 조국의 재등판, 범여권 발 정계개편 일으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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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8. 18. 18:04

송국건 웹용
객원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이 단행한 광복절 특사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다시 정치의 한복판에 서자 가장 긴장하는 쪽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국 바람'이 불면 진보 진영의 표심이 쪼개지면서 국민의힘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조 전 대표 사면에 부정적인 기류도 흘렀다. 형기의 3분의 1만 채운 상태에서 석방하면 민심의 역풍이 예상되는 데다, 진보 진영 지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컸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조 전 대표뿐 아니라 부인 정경심 전 교수, 아들 인턴 증명서 허위 발급 혐의로 유죄를 받은 최강욱 전 의원까지 패키지 사면을 감행했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정가에선 세 갈래 추측이 나돈다.

첫째, '보은 사면'이란 분석이다. 지난 대선에서 조국혁신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조 전 대표는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태였더라도 다른 인물을 내세울 수 있었다. 12석의 원내 의석을 가진 정당이 대선을 패스하는 건 정치상식에 맞지 않았다. 3석에 불과한 개혁신당도 이준석 후보를 내세웠기에 더욱 그랬다. 만일 조국혁신당 후보가 나왔다면 이재명 후보의 표를 상당부분 잠식했을 게 분명하다. 작년 4월 총선 정당투표 때 호남과 부산에선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을 제치는 기염을 토했었다. 의미 있는 득표가 가능함에도 후보를 내지 않은 데 대한 보답이 조기 사면의 원인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최강욱 전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전 조 전 대표가 수감될 때 자신이 당선되면 최단기에 사면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둘째, '외부 압박에 의한 사면'이란 관측도 있다.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백낙청 교수를 비롯한 진보진영 사람들이 앞 다퉈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거나 탄원서를 전달했다.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법학계는 물론이고 민주당 안에서도 사면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사면작업을 실무적으로 지휘하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조차 입각 전에 사면론을 설파했다. 나중엔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나섰다. 광복절 국민임명식 초청장을 전달하기 위해 양산 자택을 방문한 우상호 정무수석에게 "정치인도 특사대상이라면 조 전 대표가 포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조언을 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진보 진영에서 사면을 요청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범죄 혐의에 비해 가족들에 부과된 형량이 가혹하다는 것이었다. 또 검찰 정치수사의 대표적인 피해자란 주장도 나왔다.

셋째, '정치적 포석 놓기 차원의 사면'이란 견해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후계자 구도를 염두에 두고 조 전 대표를 긴급 투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민주당 당권이 정청래 대표에게로 넘어간 일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당 지도부 경선은 이 대통령이 지원하는 박찬대 후보와 김어준 씨를 등에 업은 정청래 후보의 대결이란 시각이 많았다. 이 경쟁에서 정청래 대표가 승리하면서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그러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또 다른 잠룡인 조 전 대표를 조기 사면했다는 관측이다. 이는 곧 이 대통령이 정 대표를 후계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집권 초기에 한명이 '미래의 권력'으로 뜨면 '살아 있는 권력'의 힘이 빠질 수 있으므로 완충 장치를 둔 측면이 더 강하다고 봐야한다.

결국 이 대통령은 세 가지 이유 중 하나 또는 이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예상을 넘어선 사면을 단행한 것으로 짐작된다. 문제는 조 전 대표의 조기등판이 정국 흐름에 미칠 영향이다. 당장 관심을 끄는 건 조 전 대표가 차기 대선 전에 어떤 역할을 맡을 지다. 당 대표직을 되찾는 건 기정사실화되고 있고, 관건은 내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중 어디에 나설 지다.

지방선거에 도전한다면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이 거론된다. 서울시장은 상징성이 있고, 부산시장은 조 전 대표의 고향이 부산인 데다 작년 총선 때 정당투표에서 민주당을 꺾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을 맡으면 공무원의 정치중립 의무 때문에 중앙 정가와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목표가 대권인 사람에겐 그다지 매력적인 자리가 아니다. 이런 이유로 국회의원직에 다시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역구는 이 대통령이 내놓은 인천 계양을이 유력하다. 현역 의원인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부산시장선거에 출마한다면 그의 지역구인 부산 북구갑으로 갈 수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국혁신당이 민주당과 전격 합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차피 같은 뿌리인 만큼 둘로 쪼개져 선거 치를 이유가 있느냐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간단치 않다. 민주당은 친명계가 완전히 장악한 상태인데, 아직은 세력이 미약한 조 전 대표가 들어가면 소수계파로 전락할 수 있으므로 선택지에서 배제될 수 있다. 합당 가능성 보다는 차라리 문 전 대통령의 친문계와 조국혁신당이 합쳐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게 더 현실적이란 목소리도 있다.

조 전 대표는 정치를 시작하기 전에 양산을 여러 번 찾아 조언을 받았다. 총선 때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선거에 올인한 전략도 문 전 대통령의 권유에 따른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민주당 안에 남아 있는 친문 현역 의원은 20여명이다. 이들과 조국혁신당이 뭉치면 현역 의원만 40명에 육박하는 세력이 형성된다. 여기다 민주당 총선 공천과정에서 '비명횡사'한 원외 중진들이 가세하면 범여권 발 정계개편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 경우 이재명 정부 집권 초반에 정국이 민주당-신당-국민의힘 3당 구도로 급속히 재편된다.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던 문 전 대통령이 그의 사면을 재촉한 것도 이런 구도를 염두에 뒀을지 모를 일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정치질서 재편 가능성에 은근히 미소를 짓고 있다. 신당이 탄생하면 진보 진영이 둘로 쪼개지므로 지방선거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국혁신당만 전국 곳곳에 후보를 내도 감지덕지인데, 친명계와 결합으로 덩치가 커진 신당이 출범하면 큰 호재라고 여긴다. 그러나 이는 착각일 수 있다. 진보 진영은 분열이 공멸의 길이란 인식이 생기면 다른 대안을 찾는다. 가령 연합공천 형태로 단일 후보를 내며 각 지역에서 나눠먹기를 하는 식이다. 다만 호남에선 그럴 필요가 없으므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또는 민주당과 신당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수 있다. 이래저래 조 전 대표의 재등판은 이재명 정부 초반 정국흐름의 핵심 변수가 됐다.

송국건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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