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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수정산성은 수정봉 정상에 쌓은 산성 유적이다. 전체 둘레는 약 450m로, 그동안 11차례 시·발굴 조사를 거쳐 신라 시대 때 처음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성벽 흔적과 이후에 쌓은 성벽 등이 발견됐다. 산의 정상부를 중심으로 성벽을 둘러서 쌓은 형태로, 성곽 축조 기술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주는 유적으로 평가받는다.
수정산성은 조선 후기인 1873년에 마지막으로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수정산성축성기'(水晶山城築城記) 비석에 따르면 조선 고종(재위 1863∼1907) 대에 거제부사 송희승이 조정의 지원 없이 산성을 쌓았다고 전한다.
수정산성은 우리나라 축성사(史)를 연구할 때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처음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초축 성벽의 경우, 성벽을 쌓은 방식이나 기법 등을 통해 6세기 후반에서 7세기 초에 지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신라가 남해 지역으로 진출해 방어 체계를 구축해 가는 과정과 그 시점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학술 가치가 크다고 국가유산청은 전했다.
수정산성은 조선 후기 성곽 구조를 보여주는 유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성안에서 확인된 건물터는 온돌이 확인되지 않고 장식기와가 사용돼 창고나 관사 등 특수한 목적의 건물로 쓰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기록을 통해 축성 시기를 파악할 수 있는 우리나라 산성 가운데 가장 늦은 시기의 산성"이라며 "희소성과 상징성, 역사적 가치 모두 뛰어나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거제 수정산성'을 사적으로 확정할 방침이다.